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
임이랑 지음 / 바다출판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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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건조대에 널다 무심코 베란다 밖을 보니 라일락 나무에 자잘한 꽃봉우리가 맺혀 있다. 아직 푸릇푸릇함을 간직하고 있지만 날이 조금 더 따뜻해 진다면 금세 꽃을 피우고 바람에 향기를 실려 보낼 것이다. 거실 소파에 누워 눅진눅진한 바람에 실려오는 향긋한 라일락 꽃 내음을 맡고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았던 하루였더라도 기쁨이 찾아온다. 집콕하며 봄을 만끽하는 나만의 소확행이다.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 손바닥 크기의 얇은 책이 눈에 들어온 건 라일락이 주는 행복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오르락 내리락하는 요즘 ‘조금 괴로운’ 나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책장을 펼쳐보았다. 저자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말하자면 식물에 대해 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우울하고 괴로웠던 시절 자신만의 시간에 맞춰 싹과 꽃을 피우고, 생명력을 발산하는 식물을 보며 위안을 얻기도 했다는 저자. 그래서인지 식물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책 곳곳에 녹아 있다. 애정을 주고 가꾼만큼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는 식물에게 살아가면서 얻은 상처를 치유 받았다는 문장에선 절로 고개가 끄덕여 졌다.
얼떨결에 수박을 키우게 된 일, 유칼립투스에 반해 들여왔다 겨울 환경에 적응 못해 여러 종의 유칼립투스가 가버린 일, 한국과 세계 여러 식물원 탐방기, 습도를 조절하기 위해 분무기를 양손에 들고 시간마다 분사한 일, 초보 가드너 시절 식물의 속도에 맞추지 못하고 조급함에 식물들이 아팠던 일 등 여유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글이었다. 다시 활발하게 나돌아 다닐 수 있게 된다면 가보고 싶은 곳도 생겼다. 창경궁 식물원과 서울식물원. 특히 서울 식물원에 씨앗 도서관이라는 곳이 있는데, 씨앗을 대출하고 집에서 잘 키워 씨앗을 받으면 다시 반납을 할 수 있는 이색적인 도서관이라고 한다. 꼭 한 번 방문하고 싶다.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식물을 키우고 싶어서 고무 나무와 구근 식물인 히아신스, 개나리 자스민을 구매했다. 이번에는 이 식물 친구들과 오래 동안 알고 지냈으면 좋겠다.
“우울은 수용성이라고 합니다. 샤워나 수영처럼 우리 몸에 물이 닿는 행동에는 우울을 씼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뜨거운 샤워 후에 하루가 리셋되는 기분을 느끼는 걸 보면 맞는 이야기 같아요. 나에겐 식물에게 물을 주는 행위가 꼭 그렇습니다. 흙 사이로 물이 스며드는 소리, 물구멍으로 귀여운 소리를 내며 빠져나오는 물, 흡족하게 물을 마시고 햇빛을 바라보는 식물이 나의 우울을 적당히 씻어줍니다.” P.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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