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 밤의 일기
조제프 퐁튀스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수지도사로 일하다 결혼하기 위해 여자친구가 있는 북부 지역으로 간 조제프 퐁튀스.

결혼은 했지만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일이라곤 생산직 근로밖엔 없다. 새우, 생선, 두부, 돈까스, 도축장 등등 일주일살이 삼주살이 노동을 하며 공장에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그는 글을 썼다. 어떻게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그가 글을 쓰기 위해선 퇴근 후 일상과 집안일, 휴식, 강아지 산책등에서 두 시간을 훔쳐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판 노예살이'라는 과격한 표현을 쓸 정도로 힘든 노동을 견디기 위해. 1984에서 화자인 윈스턴이 당의 지배 속에서도 몰래 일기를 썼던 것처럼.

"개인 보호 장비와 / 마스크로 / 온몸을 가린 저 생산 라인 노동자들의 얼굴 / 저기계적인 동작들 뒤엔 어떤 삶이 있을까 / 노동자들의 상호 협동/ 불평 없이 고역을 감내하는 이들의 몸에 밴 배려 / 각자의 삶에 대한 침묵은 관례로 굳어진 듯하다 / 공장이 우리의 월급만큼이나 우선이다" p.26

공장은 / 더 나은 것을 찾기를 기다리는 / 중간 단계라고 믿고 싶다 / 비록 아무것도 찾지 못한 지 / 일 년 반이 되었지만 / 나는 믿고 싶다 / 나는 이곳에 없으면서 있는 것이라고” p. 264

 

라인은 조제프 퐁튀스의 자전적 소설이다. 이 소설은 쉼표, 물음표, 느낌표, 마침표 같은 문장부호가 없다. 시인듯 시가 아닌듯, 줄바꿈되어 있지만 마치 계속 이어지는 글 같다. 이 책 한 권은 그의 이야기 중 한부분에 지나지 않다고 말하는 것처럼. 마침표가 없으니 끝나지 않는 이야기. 그의 고단한 노동은 끝나지 않는다는 뜻일까. 그래서 제목을 "라인"이라고 붙인 걸까.

앞으로 절 대 없을 것들이 있어 / 설사 내가 진짜 일을 찾아내고 / 그런 만큼 공장은 가짜라 해도 / 내가 확신할 수 없는 것 / 절대 없을 것들이  있어 / 라인에 / 마침표가” p.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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