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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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우리만 아는 농담'이라기에 좀 진지한 에세이인가? 지레짐작 했었다.

야자수 나무, 술병, 짐이 올려진 자동차 등이 그려진 표지와 부제 '보라보라섬에서 건져올린 행복의 조각들'을 보며 아! 여행기나 외국 생활 이야기구나 살짝 안도감이 들었다.

그런데 보라보라섬이라니 어감이 너무 귀여웠다. 실제로 남태평양에 있는 섬이라는데, 나에게는 텔레토비들이 살고 있는 한적한 장소 '친구들 모두 안녕??ㅎㅎ' 이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일단, 첫 장 사소한 일이 우리를 위로한다 편을 읽어보았다. 보는 내내 오월에 갔던 필리핀 보홀 여행이 떠올랐다. 느긋함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바닷가, 일출부터 점심때까지 해먹에 죽치고 누워 있어도 조급한 마음이 들지 않았던 행복한 기억이 퐁퐁 올라왔다.

여행 당시엔 여기서 한달만이라도 살고 싶다고 함께 갔던 동료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었다.
대리 충족이랄까. 작가의 일상 생활을 엿보고 있자면 따뜻한 봄 날 오후 햇빛을 받는 느낌이다.
노곤노곤.

「우리는 여행자도 현지인도 아닌 경계인으로서 가진 공감대 덕분에, 금세 속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p. 015

귀에 들어올 듯 들어오지 않을 물 소리가 찰방찰방 멀어지다 순간 고요해쳤다. 숨소리만 귓속에서 색색 울렸다.
언제부턴가 눈을 뜨면 그 고요함을 기다리게 되었다. 서울보다 한없이 느리게 시간이 흐르는 곳에 살면서도 어째선지 나는 자주, 또 쉽게 피로해졌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더 많은 집중력이 필요했다. p. 018

상대적으로 제한된 소비생활을 할 수 있는 이들이 더 풍요롭고 느긋하게 살아가는 아이러니를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소비할수록 우리는 더 결핍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p. 034」

책을 펼쳐 첫장을 보면, 블레즈 파스칼의 말이 적혀 있다.

"사소한 일이 우리를 위로한다.
사소한 일이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에."

누군가의 일상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고, 얼마간의 마음의 위로가 되는 것은 파스칼의 말처럼 사소한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 다산북스에서 책을 제공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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