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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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서는 처음 접한 윌리엄 트레버의 '사랑의 잔재들'에 관한 12편의 단편들.

묘한 감정을 느낀 대상에게 보일듯 말듯 시선을 보내는 올리비에의 이야기인 「전통」, 소개업체를 통해 만나 짧은 저녁을 함께 보낸 두 남여의 이야기를 다룬 「저녁외출」, 자신을 가르치는 동안 불륜을 저지르는 부인의 비밀을 알고있던 로즈의 이야기 「로즈울다」 등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흔하지만 애써 다루지 않는 12편의 이야기 중에서 내 시선을 가장 끌었던 작품은 역시 이 책의 표제작이자 가장 마지막 작품인 「밀회」다.

이 연애에서 자신들에게 우아함이 있었으리라 짐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말하지 않았으나 이해한 사랑의 규칙은 끝나지 않은 것을 끝내는 괴로움 속에서도 깨지지 않고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 사랑은 조금도 부서지지 않았다. 둘은 그 사랑을 지니고서 몸을 떼고 서로에게서 멀어져갔다. p287

쇼윈도에 비친 포옹하는 두 남녀의 모습이 너무도 우아하게 보였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그 우아함을 보지 못한다. 불륜 커플의 포옹 모습에서 우아함을 찾으려한다는 건,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였을까.

「밀회」라는 제목처럼, 시선들이 신경 쓰인다는 남자의 말. 그들을 불륜으로 생각하는 걸 참을 수 없다는 남자의 말에 여자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해보지만 그들은 헤어짐을 택한다.

사랑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도덕적 관념과 판단에서 한 발 물러나서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

사랑이 지나가고 난 후에 남겨진 것.

그것이 불륜이었든 순수한 사랑이었든 그 이후에 남겨진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 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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