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움과 너의 아름다움이 다를지언정
최현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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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어보려고 작년부터 올해까지 11 권의 시집을 읽었다. 읽었다는 행위의 정의를 말그대로 활자 표기를 읽었다는데 둔다면, 그렇다.

2년간 11권의 시집을 읽었으니 생각보다 많으면 많다고도, 적으면 적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시를 읽을 때마다 시인이 가진 사유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내 자신의 한계만 깨닫게 되곤한다. 그럼에도 시집 읽기를 놓지 못하는 건, 나의 내면 여기저기에 흔적처럼 남아있을 삶의 굴곡들을 시인의 시를 통해서 이해해보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내 사유의 깊이로는 이해하지 못했던 지난 삶의 순간들에 대해서.

시집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되나요>를 읽은 건 작년 겨울, 새해를 불과 이틀 앞둔 날이었다.

그 시집의 시들중 메모해두었던 시는 「후회」 였다. 매미가 탈피를 할때 강제로 벗기면 기형이 될 확률이 높고, 잘 벗긴 허물은 약재로 쓰인다는 시의 문장 속에서 아마도 지나간 삶의 순간 순간들이 보였던 것 같고, 시인의 삶의 굴곡이 조금은 나와도 닮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시인이 쓴 산문집이어서 인지, 문장과 문단들속에서 깊은 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시적인 문장이라고 해야할까.

소설가의 문장에서는 볼 수 없는 시인만이 쓸 수 있는 문장들이 있음을 시인의 산문집을 통해 조금 느끼게된다.

엄마의 삶을 보고 자란 나는 아프다는 말을 쉽게 하면 안 되는 줄 알고 자랐다. 어떤 고통이어야 고통을 외면하는 방법으로만 지나갈 수 있는 걸까. 엄마의 그런 불쌍함이 늘 싫었다. 잘못하지 않았는데 혼나듯이 침묵해야 하는 삶. 엄마의 인중을 짓누르는 손가락이 마치 내 것 같은 날에는 엄마를 부정하고 싶었다. p158

아프다는 말을 쉽게 하면 안되는 걸로 알고 자랐고, 지금도 쉽게 하지 못한다. 그 이유가 어쩌면 내가 자라면서 본 엄마의 삶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순간들이 무릎이 꺽인 순간들이 아닐까. 삶의 불행과 슬픔을 느끼는 순간들.

나의 아름다움과 너의 아름다움이 다를지언정, 나의 무릎이 꺽일 때 언제까지고 옆에서 함께 꿇는 무릎이고자 한다는 작가의 말에서 위안과 위로를 느낀다.

불행과 슬픔을 느끼는 순간에 함께 무릎을 꿇어줄 누군가로 인해서, 우리는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을 이겨낸다. 시인은 그런 순간을 시로 표현하고, 어쩌면 내가 시집 읽기를 계속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엄마의 삶을 보고 자란 나는 아프다는 말을 쉽게 하면 안 되는 줄 알고 자랐다. 어떤 고통이어야 고통을 외면하는 방법으로만 지나갈 수 있는 걸까. 엄마의 그런 불쌍함이 늘 싫었다. 잘못하지 않았는데 혼나듯이 침묵해야 하는 삶. 엄마의 인중을 짓누르는 손가락이 마치 내 것 같은 날에는 엄마를 부정하고 싶었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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