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 수의사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가축 살처분·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생명인문학
박종무 지음 / 리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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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학 박사이자 수의사로 일하고 있는 작가가 딸에게 들려주는 공생명에 대한 이야기.

인간에게 소비되기 위해 길러지는 가축들이,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의 열악한 환경 아래 사육되어지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한편,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 등의 전염병 발생시, 인근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의미한 살처분이 이루어지는 현재의 처리 방식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다. 그러면서 하루 처리량을 채우기위해 산채로 매장당하는 돼지들의 사례를 들며, 코로나 19로 감영된 사람의 경우에는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왜 비인간 생물에게는 감염되지 않았음에도 감염병 차단을 위해 산채로 매장당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해마다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때 마다 살처분되는 동물들에 대해 사회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현상의 근본에는 바로 '인간중심주의'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중심주의란 동물의 생명과 인간의 생명을 인간 중심으로 완전히 다르게 평가하는 것을 말하는데, 작가는 이러한 시각이 인류의 역사에서 대대로 이어진 종교, 철학, 과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강화되어 온 결과라고 설명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오직 인간만이 선악과 정·부정 및 이와 같은 것에 대한 감각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인간의 특질"이라고 했어. 그는 "자연은 만물을 한 가지 쓸모를 위해서만 창조"했다고 보았는데, 그런 시각에서 동물과 다른 생명체는 그저 인간을 위해 존재할 뿐이라고 말했단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에 헛된 것이 하나도 없으므로 식물은 동물을 위해서, 그리고 식물과 동물을 비롯한 자연의 모든 생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이야기했어. p136,137

작가는 이러한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반론으로 피터 싱어 등이 주장한 '동물중심주의'를 설명한다. 그러나 동물중심주의가 가진 한계 즉, 동물을 도덕적 고려의 대상으로 포함시키기 위한 기준인 '고통을 받는지 여부'로 인해 배제되는 식물에 대해 언급하면서 동물중심주의 또한 생명에 대한 왜곡된 이해를 드러냈다고 평가한다.

작가는 생명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다윈의 진화론이 끼친 부정정인 영향 세 가지를 언급한다. 첫 째는 '진화'라는 단어가 '완전한 상태로 발달해가는 과정'으로 오해하기 쉽다는 것이고, 이는 세균보다 동식물이, 또 동물보다 인간이 더 진화한 고등 생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진화론이 가진 나머지 두 가지의 문제는 경쟁주의와 적응주의 인데, 경쟁에서 이긴 완벽하고 강한 개체만이 생존한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경쟁주의에 대해서는 생명은 동종 간은 물론이고 이종 간에도 협동을 통한 공생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적응주의는 유기체가 환경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 여부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고 보는 주장이다. 여기에 대한 반론으로 태초의 생명체인 세균이 다양한 형태로 변이하고, 서로를 잡아 먹는 과정에서 완전히 소화되지 않고 세균 내부에서 공생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이른바 '공진화'를 언급하며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를 예로 든다. 즉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은 유기체만이 존재한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유기체가 살아남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종과의 공생이 발생했으며 이러한 이유로 생명에 대한 적응주의적 관점을 구성주의적 관점으로 대체해야한다고 설명한다.

전염병의 발생과 기후 위기 등은 결국 인간중심의 사고가 불러온 재앙이며, 이러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생명중심의 시각을 가져야한다고 책은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가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고 원래 야생의 동물을 숙주삼아 공생하던 것이었다는 점, 박쥐와 공생하던 바이러스가 인간의 접근으로 인해 전염병으로 퍼지게 된 점을 언급하면서, 지금까지 식물과 동물과 인간이 함께 공생명으로 진화해왔음을 강조한다.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나가기 위한 질문들이 우리 스스로에게, 그리고 이 사회와 더 나아가 전지구적 화두로 이어지기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이 책을 읽고 내게 남은 의문은 이것이었다.

채식을 해볼까 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샐러드를 메인으로 파는 식당의 메뉴판을 보던 내게 동료 직원이 한 말이 기억난다.

"가성비가 안좋다."

우리는 언제까지 가성비와 효율을 따지게 될까. 자본주의에서 말하는 효율, 이것이 인간중심주의의 최종 도달점이 아닐까.

효율이라는 단어를 후순위로 두지 않는 한, 식물과 동물과 인간이 지속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는 점점 멀어질 것 같다.

P.S. 동물권의 입장에서 씌여졌을 거란 기대와는 다르게 생명윤리학이라는 색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시각이 흥미로웠다. 아울러 기존의 전통적으로 전해져 온 종교와 철학과 과학 등에 대해 이것이 인간중심적인 사고로 이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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