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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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 소설이라고 하더니

꽤 오래만에 보는 작가주의 작품임.

(프랑스가 좋아할 것 같은)

1960년대 소설이고

곤충 채집이 취미인 남자가 해변의 사구(dune) 마을에 갔다가 실종된 이야기다.

읽으면서 꽤 많은 것들이 떠올랐는데,

  1. 이끼 (웹툰)

  2. 프로메테우스, 시지프스 신화

  3. 셀리그만의 학습된 무기력

  4. 신안 염전 노예

  5. 동기 = 연결성이 만들어 준다는 것

등이 그렇다.

남자는 사구에 도착한 남자는 마을의 공모로 거대한 모래 구덩이 속 집에 묵게 된다.

그리고 그 집은 말 그대로 노예를 잡아두는 감옥이었음.

어쨌든 물을 얻고 물품을 얻으려면 매일 쌓이는 모래를 치우는 고된 노동을 해야 했다.

소설 속에서는 구덩이 속 집들이 모래를 치우면서 방어를 해줘야 다른 집들에 피해가 안간다고 하는데

잘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소설 속 설정이니.

그리하여 치우면 쌓이고 치우면 쌓이는 모래를 치우는 일을 해야 한다.

그 집에 살고 있는 여자와 함께.

여자는 같이 모래를 치우면서 남자를 닦아주고 먹이기까지 한다 (고된 노동 + a)

제목은 무슨 거미줄을 쳐놓고 남자라는 먹이를 기다리는 요물 여성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 여자는 그냥 무력한 노예일 뿐이다.

마을의 공모, 매일매일 해야 하는 똑같은 노동

온갖 짜증과 분노를 여자한테 풀면서 그곳에서 벗어나려는 주인공.

그리고 지속적인 시도 끝에 탈출을 하나 했더니 마을 자체가 미로와 같아

결국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고 다시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게 됨.

여기서부터 이제 셀리그만의 개처럼 현실을 수용하기에 이른다.

분노와 절망은 점차 옅어지고 우연히 알게 된 사실로 구덩이 속에서의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 열쇠도 찾음.

대부분 수용이 적응과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 되듯이

이 소설에서도 수용하는 순간 (새로운) 삶이 탄생한다.

구덩이 속에서의 더 나은 삶 말이다.

결국 적응이라고 하는 것은

수용을 지나 그 조건과 나의 연결성을 만들게 되는 것이고

그 연결성이 생기면 삶의 동기가 된다. 터닝 포인트가 되는 것.

이 소설이 실종 신고서로 끝나지 않고 사망 신고서로 끝나게 된 것은

이전의 삶이 끝나고 새로운 삶에 잘 적응했다는 얘기겠지.

모래와 관련한 묘사가 정말 대단한데

내 감각 경험이 없는 것을 상상해내기란 역시 쉽지가 않다.

작가는 모래가 만든 세상이 이렇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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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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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에 인사이드 아웃2를 보면서 오열을 했다.

직계가족 8명이 단체관람을 했는데 나만 오열하고 다른 사람들은 다 지루해 하고 졸았음.

근데 왜 오열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

나는 SF를 별로 안 좋아한다.

그냥 재미가 없어서 안좋아하는데,

재미가 없는 이유는 보통 몰입이 안되기 때문이다.

설정에 억지가 너무 많다고 생각되면 읽기 싫어짐.

근데 이 책은 대단히 재미있었다. 진짜 엄청 재밌었음.

그렇단 얘기는 설정에 대한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라는 말이다.

#

SF를 안좋아한다고 했지만 십몇 년 전인가 월E를 보고 또 오열을 했었더랬다.

그땐 오열을 해도 좋아서 월E 인형을 그렇게 사고 싶었더랬지.

이 책을 읽는데 외계인을 만나고 뭔가 친구가 될 각이 보이자 조마조마했다.

또 오열할까봐.

...

오열했음.

#

원래 성격도 좀 그런것 같은데 나이가 드니까 더더욱 감정 소모가 힘들어서 피하고 싶어진다.

SF에서 친구 나오면 또 헤어진다고.

성장물이면 빼박인데, 이 책은 대놓고 성장물까진 아니지만 (그 비슷한 얼개라고 우길 순 있어도)

하여간 친구가 나오면 또 헤어지고 그럼 또 오열하고 그런 감정 소모를 겪고 싶지 않아진단 말이지.

그래서 대충 그 부분이 되면 책장을 2배속으로 넘기게 된다.

그래도 오열하긴 함.

나름 건조하게 그렸음에도 말이다 (작가 맘에 듦)

#

지구에 나타난 재앙

알고보니 태양계 전체의 문제

그걸 해결하기 위해 우주로 날아갈 지구에서의 준비 사항

마침내 도달한 우주에서의 하루하루

그걸 낯선 이로서의 관찰과 해봄직한 과학자로서의 시도도 하나하나 실증적이고 재미있는데

아니 거기에 정말 그럴 법한 외계인도 나타나고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이 다 선해. 너무 착하다.

요즘같이 강호의 도의가 땅에 떨어진 세상에서 그런 착한 애들을 보면

오열을 하지 않을 수 없음

#

개인적으로 결말이 좀 의외였는데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나같아도 충분히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

사실 나는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 적응이 안된다.

40년이 넘었는데도 전혀 적응이 안되고 인간을 모르겠고 사회가 어지럽다.

오래 알고 있다고 하는 사람도 외계인같이 모르겠고,

살아나가면서 겪는 하나하나가 외계에서의 경험과 다를 것이 없다고 느낀다.

매번 모든 것은 찍어 먹어 경험을 해봐야 아는 것이고,

아무리 책이니 미디어니 떠들어도 내가 막상 당해보면 이건 또 새로운 세상임.

외계인이 학습하는 것과 딱히 다른 수준이 아니라는 거다.

광활한 우주에 있다면 어떤 느낌일 지 모르겠다.

우주에 나가는 것 자체가 어떤 이유나 임무가 있어서지만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우주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며 유영?하는 것, 생존을 걱정하는 건

지구에서 밥벌이 하면서 사는 것과 딱히 다를 것도 없을 것이다.

사실 그래서 우주고 뭐고 별로 안궁금하고 SF도 재미없었던 건데

ㅋㅋㅋ 이 책은 나를 이겼다. 재밌다.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뭐 일부러 볼 것 같진 않지만 보러가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하다.

... 오열이라는 언덕은 넘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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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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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안좋아함.
근자에 재밌게 읽은 책 별로 없음.

그런 내가 진짜 재밌게 읽었다!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도 재밌었고
외계인 등장하고 친구될 각이 보이자 또 감정 소모할게 싫었지만 맘에 드는 결말이었고
마음에 구멍 안나서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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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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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럴 마케팅의 승리? 권위에 의탁한 취향의 오류?
재미도 없고 지루하며 지식도 공감도 감동도 하나도 없음. 요새 베셀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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