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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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의 장편소설 『모순』(1998)은 90년대 말 한국 사회의 파편화된 개인주의와 속물적 욕망을 날카롭게 포착한 수작으로 평가받지만, 한편으로는 시대적 한계 내에 갇힌 제한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90년대적 가치관에 기반한 편협한 시대 해석이라는 관점에서 제기되는 주요 비판 지점은 다음과 같다. 


1. '가정 폭력'에 대한 관대한 낭만화와 서사적 정당화


가장 큰 비판 지점은主人公 안진진의 아버지를 묘사하는 방식이다. 

비평: 알코올 중독과 폭력으로 가정을 파괴한 아버지를 '슬픈 일몰을 느끼는 감성적인 존재'로 포장하거나, 어머니의 고생을 운명적인 '모순'의 일부로 환원해버린다. 이는 폭력의 피해를 낭만주의적 해석으로 가리며, 당시 존재했던 가부장적 폭력에 대한 엄격한 비판을 회피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편협성: 폭력을 개인이 감당해야 할 인생의 복잡성으로 치부함으로써, 가부장제의 구조적 모순을 개인의 불행으로 단순화했다. 


2. 가치와 교환 가치의 획일적 이분법

소설은 안진진의 엄마(빈곤, 능동적 삶)와 이모(부유, 수동적 삶)를 대조하며 인생의 모순을 보여준다. 

비평: 부유함과 낭만(사랑)을 대립적인 구도로 놓고, 부유함은 텅 빔(이모)으로, 빈곤은 삶의 향기(엄마)로 이분법적으로 도식화한다.

편협성: 이는 90년대 중반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되던 시기에 결혼을 철저히 '교환 가치'로 인식하는 속물성을 비판하려는 의도였으나, 실제로는 '돈=불행/허무', '가난=진실한 삶'이라는 또 다른 도식에 갇혀 물질적 조건이 삶에 미치는 다층적인 측면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했다는 평이다. 


3. 여성 주체의 내면화된 한계와 수동성

안진진은 주체적인 여성상을 표방하는 듯하지만, 결국 그녀의 성장과 선택은 두 남자(나영규, 김장우) 사이의 저울질로 귀결된다. 

비평: 안진진의 삶은 자신의 욕망을 주체적으로 실현하기보다, 엄마와 이모의 삶을 관찰하고 '나만은 다른 선택을 하겠다'는 타자 중심적인 사고에 머무른다.

편협성: 90년대식 페미니즘이 겪던 한계, 즉 가부장제라는 구조를 타파하기보다는 가부장제 내에서 영리하게 '생존'하는 방식을 택하는 주인공을 그려내어, 더 능동적인 여성의 삶을 상상하는 데 제한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4. 성숙하지 못한 '삶의 모순'에 대한 체념적 결론

작가는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라며 모순 자체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제시한다.

비평: 이 결론은 90년대 말 IMF 위기 이후 폭발한 사회적 불안과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체념적 허무주의를 반영한다.

편협성: '모순된 삶'을 이해하는 것이 곧 성숙이라는 서사는, 불합리한 사회 구조를 변혁하기보다 그 안에서 개인의 영리한 타협을 합리화하는 '냉소적 태도'로 빠지기 쉽다는 비판을 받는다. 


요약하자면, 『모순』은 90년대 말 한국 사회의 속물성과 가부장적 삶의 형태를 나름 정밀하게 해부했으나, 그 해부의 잣대가 철저히 개인의 내부적 해석과 낭만적 관점에 머물러 있어, 구조적 불평등과 폭력을 근본적으로 비판하기보다 낭만적으로 수용하는 편협함을 보여주었다고 비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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