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이곳 마르세유에서 처음 느낀 여름의 인상은, 옷을 순식간에 다 갈아입었다는 것이다. 팬티, 바지, 셔츠, 샌들, 네 번의 동작으로 끝나는 것, 이게 바로 여름이다. 여름의 이런 경쾌함은 꼭 옷이 가벼워서가 아니라, 옷 입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데서 온다. - P260
우리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선, 우리의 모습보다도 우리의 습성이 더 많은 추억을 남길 거라는 생각을 하면 흐뭇해진다. - P264
얼굴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무표정에 아버지는 과민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이런 죽은 사람 얼굴 같은 표정을 마주해야 할 만큼 아들에게 잘못한 게 뭐지? 풀지 못할 수수께끼 때문에 유치해진 아버지는 자문한다. 그러고는 외칠 것이다. 이건 부당해! - P265
자네한테 맡길 테니 나한테 어울리는 걸 좀 골라줘 봐요. 내가 그에게 말했다. 이 사소한 놀이가 내 호기심을 약간 자극한다. 하루 종일 온갖 사람을 다 대하는 이 미지의 청년에게 난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알게 될 테니까. - P269
너희들이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 그건 충격이었다. 우리 애들은 태초부터 있었다! 아이들이 태어난 바로 그 순간부터 그 아이들이 없는우리는 상상할 수가 없게 되었다. 아이들이 없던 시절, 아이들 없이 우리 둘만 살았던 시절에 대한 기억이 분명히 남아 있는데도, 아이의 몸뚱어리가 너무도 생생하게 불쑥 던져졌기 때문에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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