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부엌이야말로 내가 처음으로 아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된 장소였다. 여기 우리가 있었다.
스물네 살의 어린 부부. 어제까지만 해도 대학원생이고 화가였던 우리는 이튿날 아내와 남편이 되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작은 식탁에 형편없는 음식들을 늘어놓고 함께 먹는 사이였다. 결혼식이 끝나고부터 갑자기, 스테판은 매일 밤 자기 작업실에서 그림을그리거나 책을 읽고 나는 부엌에서 종종대며 우리 두 사람 모두 적당하다고 여기는 한 끼를 준비하여 내놓아야 했다.
한번은 무려 한 시간 반이나 걸려서 여성잡지에 나온레시피를 따라 최악의 캐서롤을 만들었다. 그걸 둘이서 10분 만에 대강 먹어치웠고, 난장판이 된 부엌을 한 시간 동안 치운 건 나였다. 싱크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한 순간을 기억한다. 앞으로 40년을 이렇게 살아야 되는건가?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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