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풀꽃도 꽃이다 - 전2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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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고귀한 것이고, 아이들의 인권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나라의 교육이란 것은 아이들을 공부하는 로봇 취급을 하는 사회로 전락하고 만 것인가? 사람은 고귀한 존재요. 저마다의 특성을 지닌 존재라고 말은 하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창의적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아닌 어떤 틀을 정하고 그에 맞도록 강하게 규제하는 현주소, 현재 교육 현장에서 빚어지는 모습을 보며 교육이란 것이 천편일률적인 교육의 어떤 기준인 것인 양 느껴진다.

아이의 결정을 존중하고 아이의 선택을 유도하고 싶지만 사회의 흐름이란 것에서 부모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항상 가까이에서 청소년들을 만나게 되지만 언제나 그들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남는 것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왜일까? 공부도 중요하지만 인성은 더 중요하다는 철학으로 살아왔다. 공부를 하라 커니 하지 않고 놀겠다는 아이와의 신경전 때문에 가정에서 들려오는 높은 언성을 어찌 모른다 할 수 있겠는가? 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계 인사들의 유창한 언변에 우리 부모들은 이따금씩 현재의 모습을 탈피하기 위해 희망을 갖곤 하지만, 결국 마땅한 해결방안을 만난 기억이 없다.

 

“쓰바, 드럽게 웃프다(웃기고 슬프다).”
“아휴, 짱나(짜증 나).”
“옘병, 아닥공이란다(아가리 닥치고 공부하란다)!”
사납고 거칠게 불평불만을 토해내고 있던 학생들 일부가 돌아섰다. 그들은 선생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만큼 반대쪽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복도의 벽에 나붙은 인쇄물 앞에는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분위기는 여전히 음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밝은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학생들 표정은 찡그러지거나 칙칙하고 어두웠다. 학생들의 그런 불행스러운 모습은 모의고사가 끝나고 전교생 석차를 복도에 내붙일 때마다 반복되고 있었다.
강교민은 그런 아이들을 못 본 척 고개를 약간 돌리고 걸었다. 아이들은 평소와는 달리 그 잘하던 “안녕하세요”를 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 꾸벅꾸벅했다. 강교민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았다. 못내 기분 상해 있는 아이들이 가엾고 미안해 ‘선생’으로서 면목이 없었다.
-p.14 <나무는 왜 흔들릴까>중에서~

 

 

아이들에게 분발하라는 의미에서 학교는 우리의 이성적으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을 하곤 한다. 바로 학교 복도 한편에 학년 석차를 공대하는 것이다. 공부란 것 이미 경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결코 쉽게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과연 그들은 모르는 것일까? 선생님들은 성적 때문에 차별받고 힘들었던 일을 모르는 것일까? 어째서 크는 학생들의 자존심을 성적으로 뭉개려는 것일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공개된 성적을 보며 남보다 못한 내 성적... 더 열심히 해서 다음번에는 시험을 잘 봐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이들을 이해하는 첫걸음은 아이들이 눈높이로 아이의 현재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라고 어느 전문가가 말했었다.

 

공교육 vs 사교육의 중요성을 선택하라고 하면 당신의 선택은?

 

우리가 처한 사회의 교육 현실은 이상만 무성하고 현실은 교육의 목적이나 취지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이 사실을 요즘 새롭게 선보인 책, 세간의 화제가 된 풀꽃도 꽃이다라는 조정래 작가의 소설이 잘 지적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부모 세대인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공부를 하고 싶어도 집안 형편이 안 되어 진학을 포기했던 일이 허다하다. 우리 아이들에게만큼은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서 가난이나 배우지 못한 설움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역할인 줄 알고 살았다. 그러나 이것은 엄연히 부모의 생각일 뿐 아이들의 생각은 부모와 다르다는 사실까지는 미처 헤아리지 못 했던 것 같다.

 

 

 

이 책 본문에서 설정된 이야기 속에서 만나는 엄마로부터 벗어나는 것만이 자신이 살길이라고 생각하는 지원의 간절한 소원을 만났을 때에는 가슴이 너무나 먹먹했다. 지원의 엄마인 김희경, 그녀는 자신의 삶을 사는 대신 양육을 선택했고 아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동원했다고 생각하며 결실을 기다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아들 지원의 마음을 전해 들었을 때 이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지.....

 

“엄마들 사랑? 그거 자식들 죽이는 독약이에요.”
밥 안 먹으면? 배고파! 하는 식의 문답 놀이를 하는 것처럼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고 아이의 입에서 튀어나온 소리였다.
“허참……, 그런 대답을 어떻게 그렇게 순식간에 재빨리 할 수 있지?”
강교민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아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네에, 그건 우리들끼리 가끔 하는 말이에요.”
아이는 태연하게 말했다.
아이들이 저희들끼리 핸드폰으로 문자를 주고받을 때 엄마 아빠를 ‘미친년’, ‘개새끼’는 예사고 그보다 훨씬 더 심한 욕으로 불러댄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저희들에 대한 엄마의 사랑을 ‘독약’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건 처음 아는 사실이었다.
강교민은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전신의 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엄마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이 큰 아이에게 무슨 말로 엄마의 사랑이며 엄마의 마음을 이해시킬 것인가……, 강교민은 그지없이 막막하고 난감하기만 했다. 그러나 상담이라는 것은 어차피 이런 난관을 헤쳐가야 하는 길이었다. 

-p.114~115 <엄마가 없는 곳으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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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개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부에서만큼은 절대로 자녀의 생각을 존중해 주지 않는 우리나라의 교육 풍토가 너무나 아프다. 너무나 답답하다. 간혹 성적이 부진하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아이들을 우리는 뉴스에서 봐 왔었다. 그러나 내 아이는 그 아이와 다를 것 같은가? 아이가 숨 쉴 공간을 주지 않는다면 내 아이에 대해서 내 아이는 그와 다르다고 아무도 장담치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창 자신의 꿈을 키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공부라는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방황하는 청소년만 있을 뿐이다. 우리의 교육 현실 과연 이대로 좋은 것인지 진지한 고민과 해결책이 시급하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에 대해 바르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데 문제점만 부각시키고 궁지로 모는 현실이라고 비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나마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학교 하면 폭력이 난무하고 아이들은 성적을 올리는 도구처럼 다뤄지는 곳이 아니라 그곳에서도 아이의 존재를 일깨우고 비록 부득이하게 폭력의 사각지대에 내몰렸지만, 그 아이도 어느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초등학교 교사 이소정과 같은 선생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양하다.

대기업의 간부인 아빠를 두었으나 열심히 공부해서 아빠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관심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최윤섭,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모두들 이구동성인 때, 굳건한 신념을 가진 고등학교 교사 강교민, 만화가가 되고 싶지만 엄마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서 가출한 아이 한동유,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 그리고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왕따 당하는 배동기 등등 문제 많은 환경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책, 이 책 풀꽃도 꽃이다1권과 2권으로 나눠져 있다. 많은 분량이지만 소설 속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흡인력 있는 책이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고, 우리 집에도 등장인물들과 같은 또래의 부모 그리고 청소년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코 남의 일이라고 수수방관만 할 수 없는 오늘날 우리가 겪는 문제점 많은 교육의 현주소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꼭 일등이 아니어도 된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현실에서도 과연 통하는 말일까?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공부하는 능력은 인간의 수많은 능력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사람들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귀하고 천한 직업은 없다. 도둑질과 사기가 아닌 그 어떤 직업이든 소중하고 존귀하다. 그런데 내 아이에게도 이런 말을 들려줄 수 있겠는가?

 

◎학교 교육의 가장 큰 잘못은 시험 점수만으로 학생의 능력을 규정하고 속단하는 것이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성공한 인생이란 자기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고 그 일을 한평생 열심히 즐겁게 해나가고, 그리고 사는 보람과 행복을 느끼며 노년을 맞는 것이다.

 

이 세상에 문제아는 없다. 문제 가정, 문제 학교, 문제 사회가 있을 뿐이다.

-교육가 닐

 

이 내용들은 이 책 속의 등장인물인 강교민 교사가 안쓰러운 마음으로 학생들을 보며 칠판에 적은 글이라고 소개된다. 강교민 교사와 같은 분들이 우리나라 학교 교단에서 많이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 지나친 욕심일까? 물론 사명감을 갖고 교단에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계실 것이다. 그러나 어느 땐 교단 위에 서있는 교사가 사명감을 가진 아이들의 스승이 아니라 월급쟁이로 보였던 것은 학부모의 편협한 생각일지 묻고 싶다. 교육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고 고민하는 교사와 부모들이 좀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공붓벌레로 전락했지만 이렇다 할 교육성과는 없다는 언론의 기사, 부모 밑에서 아무 걱정 없이 성장해야 할 아이들이 불행하다는 설문조사가 부끄럽게도 OECD 37개 국가 중 단연 으뜸이라니.... 어떻게 해야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행복도가 높아질까?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옛날부터 교육은 백 년 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했다. 장차 미래의 주역들인 현재의 청소년들 그들이 고통받고 있다. 고통을 피해 불가피한 선택을 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이러고도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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