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밸런타인데이 즈음 알게 된 책,
초콜릿 우체국이란 제목의
책이다.
개성 있는 표현으로 젊은 감수성을 자극하는 작가라는
소개 때문에 초콜릿 우체국은 더 끌린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떤 특정한 대상이 없는 것 같지만 누군가를 향한 메시지처럼 편하게
다가온다.
너무나 흔한 일상을 그린 것 같은데 작가의 이야기에
파르르 전해지는 떨림이 있다.
나는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이런 글이
좋다.
언젠가는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공감해주는 이야기들을 젊은 세대는 더 편히 생각하는 것 같다.
황경신 작가를 잘 몰랐을 땐 그녀가 아주 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의 내용에 빠져들수록 알게 되는 것은 요즘
풋풋한 젊은이들과 달리 책 내용에서 책임감이라는 두 단어를 새롭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상적인 이야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인생이란 전혀 예기치 못한 만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만남에 가슴 설레고
아픈 이별에 절절한 추억 떠올리며 울고불고 하는
것....
우리들 부모네가 바꿀 수 없었던 입맛이나 습성을 단번에
바꿔버리는 마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 어떤 사람과의 만남으로 시작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당신이
늙고 꼬부라졌을 때 난 사라지고 없을 거야. 지금 당신 손을 잡아줄게.... "
라고 했던 톰 래크먼의 말이 인상적이다.

만남 그리고 결혼 이후 시간이 쌓일수록 처음 보다 돈독해지는 남편의
사랑을 감사한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것이 바로 내일이란 시제를 사용하면서
우리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지금,
바로 이 순간이 중요한 것인데...
습관처럼 입가에 머물며 떠나지 않는 것이 바로
내일 뭘 하자는 말...
내일 어떤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말이 아닐까?

음식이나 가공된 모든 물건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어떤 이는 말한다.
사람들 만남에도 유통기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
모든 선택은 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만약 유통기한이 존재한다면,
내가 다른 사람에 의해 폐기될 수 있다는 사실은 모른
채...

우연한 만남이 아주 특별한 인연이 되고
그이가 나의 특별한 의미가 되었던....
특별한 만남으로 그 사람은 운명이라고 여기게 되는 우리네 사랑 이야기다.
언젠가 느꼈던 것이다.
어쩜 그 많은 유행가 가사들이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단 사실이다.
역시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되새겨주는 노래들이었다.

중독이란 말이 결코 단순한 말이 아님에도
우리들 각자는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달콤함에 중독되고...
비틀스에 중독되고...
까만색에 중독되고...
동화 또 눈물에 중독이 될지도 모른다.
한때 사람들이 무언가에 미쳐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무언가에 몰입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 그랬을지도 모른다.

초콜릿 우체국에서 나는 달콤 쌉쌀한 이야기를 만났다.
때론 선물이 되고, 때론 아파서 숨도 크게 쉴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특별한 사연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팍팍 박히고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로 배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흔하면서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이야기 오늘은 어떤 사람을 찾아 이 감동과 위로가 전해질지 기대된다.
이별이 두렵다고 운명적인 사랑을 거부할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멋진 사랑을 만나도 그걸 가꾸어갈 힘이 없다면 어떡하겠어?
결국 잃어버릴 테고, 그럼 가슴만 아플걸?
......
너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
-산타 요정의 편지 중에서~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을 때,
나는
여름이 곧 떠날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여름을 보낼 준비를 천천히 시작했다.
여름이
좋아하던 오렌지색 밥그릇과 노란색 리본,
그리고
생선뼈 모양의 장난감을 작은 상자 안에 집어넣은 날,
일주일
만에 여름이 돌아왔다.
여름은 집
안으로 들어올 생각도 않고 창밖에 웅크리고 앉아 낮은 목소리로 야옹,
야옹 하고
울고 있었다.
“왜
그러니,
이리
들어와.”
나는 방
안의 불을 끄고 찰리 헤이든을 튼 다음 여름이 좋아하는 말린 멸치를 일곱 마리나 손에 들고 이름을 불렀지만,
여름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열린
창으로 차가운 바람이 밀려들었다.
여름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안녕이라고 말하듯 야옹,
하고 한
번 울고 몸을 돌려 어딘가로 달아나버렸다.
얼른
밖으로 나가보았지만 여름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여름이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은행잎 하나만 발견했을 뿐이다.
은행잎의
한쪽에는 노란 물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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