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9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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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특별 취재단이 되어 시드니 올림픽에 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썩 올림픽에 열정을 가진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전문적인 스포츠 리포터들이 현장을 스케치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색적인 시각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이 책 시드니를 통해 그렇다면 소설가의 시각으로 소개되는 올림픽의 풍경은 어떠할지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읽게 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올림픽이 지루할 것이라는 나름의 예상, 그리고 과거 저자가 읽었던 미국 소설에서 접했던 올림픽만큼이나 지루했다라는 문장을 떠올리며 저자 또한 올림픽의 지루함에 공감하는 부분이 이 책에서 하루키는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려는 걸까 기대감을 부풀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가까이 위치하는 일본, 지리적인 친근감이라도 있는지 올림픽에 참가한 수많은 나라들 중 남북한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도 매우 흥미로웠다. 개막식... 그렇다. 특별히 관심 있는 나라가 나오지 않는 한 지루한 행사라는 것에 공감한다.

 

"개막식이 너무 지루해서

덴마크 선수단 입장 때 나와버렸습니다.

만약 남북한이 동시 입장할 걸 알았더라면

한국까지 기다렸을 텐데요."

-243페이지

 

경기를 관전하다가 때로는 경기에 임하는 선수의 입장도 되었다가 그래도 지루할 것 같으면 저자만의 특유 유머로 엉뚱한 소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축구 경기를 보며 지구력 싸움으로 이어가는 일본 축구와 축구 강국인 브라질 축구의 현란한 몸동작을 비교 분석하기도 한다.

 

"코알라 번식 센터에서는 무얼 하는 걸까요?"

야 군이 묻길래 나는 상상해보았다.

"코알라에게 포르노라도 보여줘서

욕정을 느끼게 하는 거 아닐까?"

-148페이지

 

야구, 하키, 마라톤, 축구, 수영, 체조 등등 다양한 올림픽 종목의 운동경기를 관전하며 올림픽 리포터가 되어 일지를 작성하던 하루키, 때로는 보통의 관중이 궁금해할 지극히 사적인 생각도 이 책 중간중간에서 발견된다. 뻘뻘 땀 흘리며 경기하던 선수들이 시합이 끝나고 상대팀의 선수와 유니폼을 교환하여 입는 것을 보며 살짝 스쳤던 생각... ‘지저분한 유니폼을 교환하다니...’라고 생각했었던 일이 있는데 저자 또한 더러는 유니폼 교환이 불편할 수 있다며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는 기록을 남겼다. 아쉬운 부분에 대한 기록은 어째 남자 선수들의 유니폼만 교환하는 것이냐고, 여자 축구팀도 유니폼 교환 좀 했으면 좋을 것이라는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는 장면이 엉뚱 발랄하다.

 

 

그렇게 자주 유니폼을 교환하면

축구 선수는 땀내 나는 남의 유니폼만 집에 쌓여서

곤란하지 않을까?

-317페이지

  

 

이 책 시드니를 읽는 내내 느꼈던 부분이다. 역시 소설가의 예리한 시각으로 올림픽 경기 전반을 전해 듣는 감회는 남다르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좋아하는 경기를 찾아 관전할 수 있지만 시드니 올림픽에 왜 가겠다고 했는지 모른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채로운 올림픽경기 전반의 이야기를 장문의 편지처럼 전해 듣는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보고, 듣고, 느끼며 실감 나고 때로는 코믹하게 일지를 작성한 오감을 만족게 하는 생생한 현장르포이며 여행 에세이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로부터 보내온 편지를 읽는 기분으로 만날 수 있는 책, 시드니 덕분에 올림픽에 대한 지루한 인상을 바꿔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안녕하십니까, 잘 지내시나요?

시드니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 올림픽이 열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 나는 올림픽을 보려고 벌써 십팔일 동안이나 이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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