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아이들 (양장) - 히로세 다카시 반핵평화소설, 개역개정판
히로세 다카시 지음, 육후연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체르노빌의 아이들》이 책에 소개된 내용은 저자가 재미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있었던 사실을 근거한 내용을 소개하는 논픽션소설로 정말 믿을 수 없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원자력발전소의 원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던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사건은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공화국 수도 키예프시 남방 130km 지점에 있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제4호 원자로에서 발생한 20세기 최대·최악의 대사고이다. 이사고로 5년 동안에 7,000여명이 사망했고 70여 만 명이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이 사고에 대해 자료를 조사하다 발견한 사진들에서는 장애를 지니고 태어난 태아의 모습, 각종 생물들의 기괴한 현상들이 담긴 자료들이어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사진들이이었다. 우루과이의 경우 이 사고로 방출된 방사능의 총량은 1억 Ci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기상의 변화에 따라 유럽 전역에 확산되었고 그 일부가 아시아권의 국가들에까지 도달했다는 기록이 있다.

 

얼마 전 있었던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의 사고를 둘러싸고 공포에 떨던 일들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도 공기 중 방사능 수치를 수시로 점검 국민들의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던 일들이 있었다. 방사능에 오염되었을 때 염화칼륨이 함유된 식품을 먹으면 좋다고 해서 사람들의 식탁에 요오드가 함유된 식품이 올랐던 일들을 기억할 것이다.

 

콰쾅~ 어느 날 갑자기 이반의 방 창문 앞에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불길이 보인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순간이 지나고, 다급하게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의 화재 그리고 순식간에 방사능에 오염이 된 공기가 바람을 타고 어른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무방비한 인근주민들의 몸에 퍼져간다. 유리로 찔리는 것 같은 눈의 통증과 다리 근육이 힘을 잃는다. 엄마 품에서 젖을 먹던 아기가 피를 토하며 숨을 멎는다. 가족들은 군의 강제적인 통제로 뿔뿔이 흩어져 생사를 알 길이 없다. 방사능 오염은 어린 아이들에겐 더욱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잘 묘사해 주는 부분이었다.

 

15세 된 이반과 11세 된 이네사, 엄마인 타냐와 원자력발전소 기술 관리자인 안드레이 세로프가 소개된다. 아버지 안드레이 세로프는 아이들을 위하여 그리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발전소로 돌아가 죽음을 불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멀쩡하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을 잃는다. 그리고 팔과 다리 근육에 힘을 잃더니 최후의 순간을 맞이한다. 이 엄청난 일을 어떻게 믿고 받아들이란 말인가? 악몽도 지독한 악몽일 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엄마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요?”

“몸이 없어지면 어디로 가지?” 15세의 소년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인데 무리를 통솔하는 사람들은 일급 기밀로 쉬쉬하며 어떻게 손을 쓸 수도 방법도 모른다.

안내방송이라고 나오는 것은 고작해야 내일 식량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 안심하고 쉬라는 말 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증상을 말했다가는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다. 좀 더 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적절한 대처만 했더라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 2번에 묘사된 광대한 자연이 펼쳐지는 곳, 이 책에 소개되는 체르노빌은 적어도 눈앞에 푸른 초원이 펼쳐지는 곳이었으며 평화롭고 살기 좋은 곳을 연상케 하는 곳이라고 한다.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아무런 의심 없이 지냈던 곳이다. 어느 날 죽은 사람들이 산더미를 이루는 죽음의 장소가 된 이곳을 생각해 보라. 이보다 더한 비극이 어디에 있으며 이보다 참혹한 광경이 또 어디에 있으랴. 눈앞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쓰러진다. 갑작스런 사고, 엄청난 사건 앞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너무나 많은 아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였다. 방비책이 없는 상황에선 수습을 한다고 선택한 방법이 오히려 최악의 사태로까지 치닫게 한 결과를 보면서 정말 어이가 없었다.

 

너무나 엄청난 일, 이 사고에 대한 사전지식이 미미하여 자료를 조사하던 중 얻은 정보이다.

사고가 있었던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전은 일상적인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었었다고 한다. 검사의 목적은 원자로 정지 시 짧은 시간이나마 터빈을 이용한 비상전력 활용 여부를 시험하는 것으로, 이는 비상전력 공급계통이 서방원전과 달라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실험 시 운전원의 자동정지 기능 차단이 결정적인 실수로 출력 폭주에 따라 수증기 폭발 및 감속재로 사용한 흑연에서 발생한 수소의 폭발에 의해 사고가 커진 것이라고 한다. 이 사고로 인해 갑상샘암, 백혈병, 유방암 등 방사능 후유증으로 무려 2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체르노빌 지역의 강에는 최대 4m에 이르는 ’괴물 메기’가 발견되는 등 주변 생태계의 회복은 아직도 요원하다.

[네모판 지구촌 소식 보도자료 참조]

 

뜨겁게 달궈진 흑연과 물이 만나면 어떤 사태로 치닫게 될지 상상도 못했기에 화재를 진압한다고 투입된 소방대원들은 화재현장에 물을 쏟아 붇는다. 격납용기가 없어 더욱 치명적이었던 사고라고 한다. 아마 물리학자 한명만 있었더라도 소방대원의 무지한 행동으로 인한 실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방대원들은 결사의 각오를 하고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핵반응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소방대원들은 당연히 불길을 잡는데 물을 사용했다. 그들은 최대한 불길 곁에 바짝 다가가서 폭포처럼 물줄기를 퍼부어댔다. 하지만 4호로 솟아오른 불길은 점점 더 거세져 마침내 원자로 내부의 금속들을 모두 녹여버리고 부글부글 끓어오른 쇳물을 상공으로 토해내고 있었다. p. 15

 

언제 또 다시 무서운 일이 닥칠지 모르는 일, 원자력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사고 시 대처방안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20년 전에 있었던 엄청난 사고 그러나 사고 난 장소인 체르노빌은 아직까지도 사람의 접근하지는 못하고 먼 곳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한다. 생태계 회복은 꿈같이 먼 아득한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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