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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아버지
김호경 지음 / 북캐슬 / 2015년 11월
평점 :

“남자는 누구나 예외 없이,
일생에 한번 이상 로드로망의 주인공이
됩니다.”
전화가 걸려왔을 때 나는 불현 듯 28년 전 노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14페이지
‘아버지’
‘road
roman’
로드로망이라고?
그렇다.
어차피 인생은 살아가면서 이루어지는 소설이 맞는 것
같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
‘결코 아버지처럼은 안살거야!’
라고 말하지만 이미 아버지와 붕어빵이 되어 있는
모습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여러 형제들이 있는 집에서는 흔하게 빚어질 수 있는 일이 바로 공부 잘하는
형제가 있고,
열심히 발버둥치지만 겨우 낙제를 면하는 형제가
있다.
1등에 빛나는 딸들의 성적,
반면에 늦둥이로 태어났지만 귀여움을 받지 못하고 늘
엄한 아버지 밑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아들의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사소한 잘못 하나만 해도 벌을
세우고,
아이들과 어울려 옆집 개구멍으로 기어들어가 감을
따먹었다고 저녁밥을 굶겼던 아버지인데 어찌 좋아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는 아들이다.
“이 녀석아,
넌 뭐하는 놈이냐?
네 누나들을 보아라.
넌 대체 꿈이 뭐냐?
너 때문에 창피해서 못 살겠다.
제발 공부 좀 하거라.”
-25페이지
중소기업의 회계부장인 아버지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의 머리를 닮지 않았던
것일까?
숫자 나오는 과목들은 물론 공부에는 흥미가
없었다.
물론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았더라면 아들이 느끼기에
아버지의 사람 운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열심히 하면 모두다 성적이 좋겠다고 여기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공부도 재능이라는 말이 겨우 먹히는 시점인 것 같다.
물론 공부 잘 한다고 모두들 성공하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흔한 것 같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교되는 말에
무수히 많이 킁 하고 내려앉았을 가슴을 생각하니 안타깝다.
자식 잘 되라는 차원에서 아들에게 던진
말일텐데.......
작아질데로 작아진 아들의 가슴엔 아버지의 질책
이면의 마음이 보일 리가 없었을 것이다.
결코 만나지 못하는 수평선처럼 멀리 날아가는 감정의
엇갈림이 왜 그렇게도 눈물겹게 여겨질까?
공부와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었고 자신이 뭘 잘하는지도 알 수 없었던
아들은,
입대 후 우연하게 자신이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림 잘 그렸다고 내려진
포상휴가...
그러나 아들은 사격대회 1등해서 받은 휴가라고 말한다.
남편을 잘 이해해 주고 시부모님도 잘 모시는 아내를
만났고....,
‘미대를 졸업하지 않은 화가’로서 공모전에서 입상도 하고,
회사에서는 승진을 거듭하게
된다.
결코 찾지 않으리라 작정했던 고향집,
아버지.....
그렇지만 어찌 천륜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아버지가 공부 잘한다고 애지중지하던 큰 누나가 사업으로 인해 담보로 잡혔던
고향집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가 닥치고,
아버지가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일들이 발생하며 영영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얽혀있던 실타래가 하나씩 풀린다.
아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전해 듣고도
요지부동이었던 아버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병약한 아버지의 일기장에 기록된 내용에는 다른
아이들보다 아들인 태형의 이름이 더 많이 기록되어 있었더라는 것...
그렇다 예전 우리 아버지들은 아끼는 자녀에 대한
칭찬은 꼭꼭 숨겨두었던 것이다.
우리들 부모의 자녀에 대한 사람은 혹여
‘불면 날아갈까,
손에서 놓으면 다칠까
염려되었다’던 우리 친정 엄마의 표현처럼 말이다.
“아버진 저를 이해하지 못해요.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구요.”
-89페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쓴 이유는,
시간이 나와 내 인생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이고,
이 세상의 많은 남자들과 그 아버지에게 얽힌
질기고도 서글픈 인연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부디 이 책이 그들 모두에게 마음의 위안이
되고,
삶의 작은 반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작가의 들어가는 말 중에서~>
세상에 자기 자식이 잘못되는 것을 바라는 부모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들에 대한 기대가 커서 절대로 자세를 바꿀 것
같지 않았던 아버지,
그러나 입버릇처럼 쏟아대는 염려 그 이면에는 남에게
보여줄 수 없었던 아들에 대한 기대와 사람이 가득했던 것이다.
아버지들은 왜 그렇게 외로운 길을 걸어가셨던
걸까?
일찍이 자신의 감정 표현이 서툰 것은 아버지들만이
대대로 이어오는 전통 같은 것인가 보다.
결코 두껍지 않은 소설책 한권에 두 개의 단편을 담은
책,
국제시장으로 널리 알려진 김호경 작가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골 들녘을 연상케 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소개되는 책이었다.
우리들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가 정겹게 다가오는 가슴
찡하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