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사탕 내리는 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소설 별사탕이 내리는 밤은 예쁜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제목과는 달리 이 책에 등장하는 사와코와 미카엘라 두 자매의 아주 독특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두 자매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의 일본인 거주지에서 나고 자란 이민자 2세대이다. 두 자매는 무슨 이이든지 함께 의논하며 행동했는데 하다못해 자신들의 남자들까지 공유하기로 했다는 것이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자매의 연애관이나 결혼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일까라는 의문점을 갖게 한다고 해야 할까? 태어나고 자란 배경이나 환경이 다른 사람들이라지만 자신들의 은밀한 부분까지는 공유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말이다. 13세의 사와코와 11세난 미카엘라의 은밀한 약속은 무려 7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고 한다. 그런 자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일본 유학 중에 사와코는 다쓰야란 남자를 만났고, 기존에 해왔던 것과 달리 사와코는 다쓰야만큼은 동생에게 공유가 싫었던 것이다.

 

절대 남자 생각대로 끌려살지 않을 거야 그거야말로 그 시절, 마차 안에서 꽃밭에서, 딱 하나 있던 자매의 방에서, 같이 다니던 일본어 학교 뒷마당에서, 수도 없이 맹세했는데. 그건 결코 어린아이의 실없는 소리가 아니었다, 어떤 남자도 으레 자신들 자매 사이에는 끼어들 수 없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라고 미카엘라는 생각한다 우리는 사춘기가 지나고도 모든 남자 친구를 공유해 왔던 것 아닐까. 그리고 서로 평가했다. 그 남자아이의 성격에 대해 외모에 대해, 부모님에 대해 머리의 좋고 나쁨에 대해, 키스 방식이며 잠자리 행동에 대해서도. 그때 일을 떠올리며 미카엘라는 미소 짓는다. ‘공유에 실패하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둘 중 누군가에게 남자 친구가 생기면 바로 소개하고 함께 어울려 놀았으며, 그러다 데이트에 자신 대신 언니를(혹은 동생을) 내보냈다. 감기에 걸렸다거나 이가 아프다거나, 오늘은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등 적당한 핑계와 함께. 휴대전화 같은 것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그런 일은 정말 자주 있었다. “어땠어?” 서로 상대의 보고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곤 했다.

-p. 60~61

 

우리가 책을 선택하는 한 방법은 때때로 작가 이름만 보고 책을 펼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에쿠니 가오리 하면 기대치가 있어서 시선이 저절로 따라갔고 그렇게 만난 책들은 나름 만족스러웠으나 이번에 만난 이 책 별사탕이 내리는 밤경우는 그동안 본 책들과는 사뭇 달랐다. 기존에 독자가 갖고 있던 생각 또는 가치관의 틀이 있어서일까? 다양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을 봐 왔지만 작가가 이끄는 대로 그저 따라가기에는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렵게 연인을 만난 사와코, 언니를 따라 일본에 갔으나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는 아이를 임신한 미카엘라다. 다쓰야와 결혼해서 살고 있는 사와코, 그리고 아르헨티나로 돌아간 뒤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미카엘라의 삶의 면모를 보며 그렇게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여름밤공기는 습기를 머금어 촉촉하고 짙은 어둠 속에는 별이 많이 떠 있었다.

기억나? 별사탕.” 그 별들을 올려다보며 엄마가 말했다. 나는 운동화를 신었지만 엄마와 카리나는 하이힐을 신고 있어서 두 사람의 발소리가 또각또각 울린다. “기억나. 묻었잖아, 열심히.” 재미있다는 듯이 카리나도 대답한다. “묻었다고?” 내가 물었다. 엄마가 어렸을 때 별이 밤하늘에 흩어진 별사탕이라고 믿었다는 이야기는 전에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묻었다고? “그래, 묻었어.” 카리나가 말했다. 카리나의 또각또각 소리는 말짱한데 엄마의 구두 소리는 불안하다. 나는 엄마의 팔을 붙들었다. “여기서 보면, 일본은 지구 반대편이잖니. 그때만 해도 우리는 둘 다 일본에 가본 적이 없어서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 “엄청 많았지.” 엄마가 거든다. “땅을 계 속 파나 가면 일본에 가닿을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도 하고 말이야.” 킥킥대며 소리 죽여 웃는다. “그래서 별사탕을 묻었어.”하고 카리나가 말한다. “별사탕을 묻으면 그게 일본 밤하늘에 흩어져서 별이 된다고 상상했어. 여기서 보는 별은 이를테면 일본에 사는 누군가가, 어쩌면 우리 같은 아이가 일본 땅에 묻은 별사탕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p. 23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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