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트리플 8
최진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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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친구가 제일 중요하냐.” 엄마가 나를 원망하듯 말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가족들을 피해 친구들 속으로 숨어들었을 때였다. 엄마의 말이 너무 정확해서 놀라웠다. 엄마는 나를 잘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구나. 하고 안도한 것 같기도.

한편으로는 엄마가 나를 질책하며 말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말에 묻어있는 원망이 나를 향해 있는 것이 너무 새삼스러웠다. 내가 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게 언제부터 엄마에게 궁금한 일이었을까.

엄마가 원하는 거라면 내장이라도 꺼내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던 때를 외롭게 지나온 나에게. 엄마의 질문은 너무 늦게 도착했다. 우리 둘의 마음이 가진 시간차가 너무 멀어 슬펐다. 엄마가 온몸으로 통과하며 지나와야 했던 노동의 무거움과 가정 내에서 부침이 많았던 엄마의 사정을 모르지 않았는데도.

그 질문을 받던 20대 초반의 나도, 바라보는 거라곤 엄마뿐이었던 어린 시절의 나도 세상에 가장 탓하기 쉬운 건 엄마뿐이었으니까. 엄마 말고 다른 사람에게 내 슬픔을 탓하고 원망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내 인생을 잡고 흔들 수 있는 사람은 엄마뿐이었으니까. 나는 지구에 생겨나는 모든 문제에도 엄마를 탓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엄마는 나에게 여전히 큰 우주와도 같기 때문이다.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우주와도 같을 어른들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 채 수많은 말을 내뱉는다. 그 말들은 그들을 다치게 하기도 돌아서게 하기도 죽게 하기도 한다.

책 속 인물을 통해 인생을 다시 살아보는 일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다. 아이들의 삶이 순탄해 보이고 쉬워 보이며 좋을 때라고 생각해버리는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도우에게 공부는 노동이었다. 정말 그렇게 보였다. 도우는 매일 특근과 야근을 했다. 도우는 필사적으로 자존심을 지켰지만 부모님은 도우의 자존심을 알지도 못했다.(20쪽)
- P20


- 당신은 그랬어? 나라 경제 생각해서 힘든 일만 골라 했어? 나라 사정 안 좋은 것까지 어째서 애들 탓을 해. 이제 막 시작하는 애들이 뭔 죄가 있다고.(25쪽)

- P25


- 세상은 평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하다. 누구는 웅덩이에 있고 누구는 언덕에 있다. 각자 다른 세상에서 어쨌든 노력하며 아무튼 불공평하게 살고 있다. 그러니 제발 세상이 좋아졌다느니 젊은 애들이 문제라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으면 좋겠어.(26쪽)
- P26

우리는 뿔뿔이 흩어질 예정이었다. 도우는 외국어고, 민주는 일반계고, 나는 특성화고를 지원했다.(29쪽)

- P29

어릴 때 우리는 일요일마다 비밀을 만들었다. 우리는 비슷한 이유로 웃고 겁내고 거짓말햇다.(29쪽)

- P29

- 우리의 일요일이 끝나가고 있었다.(30쪽)





- P30

- 선생님들은 실습 나갔다가 학교로 되돌아오는 학생을 싫어했다. 취업률도 떨어지고 협력 업체랑 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으니까.(36쪽)


- P36


- 우리는 부당한 지시가 무엇인지 배우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을 해내는 방법과 예의를 지키는 법만 배웠다. 실습 현장에서 힘들다고, 위험해 보인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하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우리를 어떤 인간으로 규정할지 잘 안다. 낙오자. 쉬운 일만 하려는 젊은 것들.(37쪽) - P37

이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휩쓸리듯 살아가겠지. 나는 그런 희망적인 삶을 예방하고 싶다.(107쪽)


- P107


- 이대로 내가 뭘 원하는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어른이 될까 봐 두려웠다.(127쪽)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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