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가가 같은 세대를 살고 있다는건 행운이다. 이 동갑내기 소설가의 처녀작부터 최근 소설까지 발표되자마자 읽어 매번 같은 감성과 공감대속에서 나 대신하여 글을 써준듯한 느낌이 받게된다. 지하철에서 읽어 눈물 참아내느라 힘들었다. 바깥은 여름, 장마가 그치질 않고 비가 내리지 않은 사이 사이는 후덥지근하다. 지긋한 장마도 곧 그칠것이고 마지막 생명을 불태우듯 뜨겁고 더운 몇주가 지나면 이 여름도 끝날것이다. 그래도 김애란 소설 덕분에 이 여름의 단상들이 더 소중해질것 같다. 더욱더 여물어지고 있는 아이. 착하지만 상냥하지 않은 남편. 자식이 고마우면서도 내심 서운하다는 친정부모. 흰머리를 더이상 주체하지 못해 전체염색을 시작한 나. 뭐해먹고 사나 어떻게 사나 지금처럼도 못살게되면 어쩌지 매일 두려운 생각이 왔다갔다 하면서도 옆에 단단히 붙어있어 주는것만으로도 고마운 내 식구들.밑줄 설명1.입동 - 6살 영우를 잃고 처음 장만한 집의 도배를 다시 하면서 아이가 채 자기 이름을 다 써놓지 못하고 남긴 낙서를 발견한 부부. 다른 사람들은 몰라. 그래. 2. 어디로 가고싶은가요. - 제자를 구하다 죽은 남편. 남편의 장례를 치른 후 친척언니의 초대로 영국에 잠시 가있게 되고 거기서 옛 이성 친구를 만난다. 이후 집에 돌아와 그 제자의 누나가 보낸 편지를 읽고 여자가 마지막 하는말. 당신이 보고 싶었다.3.노찬성과 에반 - 골육종을 앓다 트럭사고로 죽은 아빠. 어린 노찬성은 유기견 에반을 발견해 데려다 키우다 그 강아지가 아픈 강아지였다는 걸 알게된다. 안락사를 시켜주는게 유일하게 해줄수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돈을 모은다. 그러던중 에반이 없어지고 휴게소의 쓰레기통 옆 자루에 쌓여 버려져있는 에반. 그 옆에서 트럭기사들이 강아지가 죽으려고 트럭으로 달려들섰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픈 아빠. 치료도 힘들고 돈도 없었던 아빠. 병에 걸려 길에 버려진 에반. 마지막으로 아이는 용서라는 단어를 꺼낸다. 지독하게 슬픈 소설이다. 가리는 손 - 동남아계열 혼혈 아들을 혼자 키우는 여자. 아들이 우연히 폭력사건의 목격자로 휘말리게 되고 경찰서에서 cctv로 사건 현장을 보게된다. 혼혈이라 늘 차별 당하던 아들이 안타까웠던 엄마. 불량 십대들이 할아버지와 시비가 붙었고 아들은 그옆에서 인형뽑기를 하고 있었다. 구타를 당하던 할아버지가 정신을 잃자 낄낄거리며 도망가는 십대들 그리고 다른아이들을 따라 자리를 뜨는 아들. 한참 후 입을 가린채 다시 돌아와 두고간 인형을 집어 달아나는 아들을 보게된다. 그날 저녁 아들과 생일 파티를 하며 그녀가 하는 독백. 그 가린 손 사이의 진실이 무엇인지. 그렇다면 그녀가 아들에게 남긴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지난 4년간 아이에게 쏟아냈던 말들을 모두 수거하여 버리고 싶게 만든책이다. 하지만 안다. 현실은 책몇권 읽는다고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는거. 하지만 내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엄마도 나름대로 끊임없이 공부해야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항상 나를 힘들게 했던건 아이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왜 저런 행동을하지. 왜 다른애들은 안그러는데 우리애만 저럴까. 이런 생각들이 나를 힘들게하고 모든 상황을 짜증나게 만들었다.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 아이를 이해하려고 시작하면서 조금씩 나의 말도 다듬어지고 여유도 생긴것같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 지지고 볶고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면서 서로의 관계를 다져가고 서로를 성장시키는게 부모 자식 사이 같으니 말이다.
참 아픈 성장소설.중반까지 불편한 내용때문에 몰입없이 읽어내다가 마지막 로자 아줌마와의 이별이 가까워졌을때 부터 뭉클함이 몰려왔다. 세상에 냉소적이만 했던 소년이 로자 아줌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체에 향수를 뿌리고 화장을 시키고 그옆에 누워 잠든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 무슬람 아이를 키워준 유태인 아줌마. 죽기전에는 그 아줌마를 보살펴주는 아이. 아유슈비츠 수용시절 트라우마때문에 로자아줌마가 제일 안심하는 장소가 지하실이라는 것. 전쟁, 인종, 종교,역사 그리고 그모든걸 초월하는 인간의 삶과 사랑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 그려진 소설인듯 하다. 이소설의 배경인 시절뿐 아니라 아직도 전쟁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는것이 참 안타깝다.
외동아들 키우는 엄마로 공감되고 위로되는 내용이 많다.아동심리 전문가가 아닌 인문학자 엄마가 쓴 글이라 신선하기도 하고 조금 더 현실적이다.아동학자들이 절대하지말라는 내쫒기도 하고,˝지금 뭐하니?로 공부하라는 잔소리보다 더 무서운 압박을 주기도 하고. 아들친구들 앞에서 카리스마 발휘하여 으쓱해하기도 한다. 글의 마지막 장마다 나오는 명화와 해석이 내용과 어우려져 흥미롭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