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시간 문학동네 청소년 26
김진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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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나 청소년 소설 <숲의 시간>은 '시간'을 소재로 펼쳐지는 판타지 소설이다. 빈부격차가 극도로 심화된 한 도시 크룽에서 시간이 부족한 부자들과 시간이 남는 빈자들 간에 '시간을 사고 팔 수 있다'는 상상이 더해지면서 소설은 우리의 현실을 투영한다.

 시간을 사고 판다는 상상이야 꽤 여러번 반복된 소재인지라 식상할 법도 한데, <숲의 시간>은 묘하게 흡입력이 있다. 시간이 은유하는 부의 격차가 빚는 비극을 서정적으로 아우르면서 솜씨좋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오히려 나이든 어른 입장에서 울컥한 소설이다. 아이들을 잠시 가르친 경험과 무엇보다 나도 아이였던 경험에 비춰볼 때, 빈부격차의 그늘은 아주 이른 시기부터 드리운다. 세상의 더러운 꼴을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늦게 깨달았으면 하는 어른들의 마음과 달리, 아이들의 사회화는 체념과 함께 이뤄진다.
 <숲의 시간>에는 '크로노스 시간'이라 하여 빈자들이 판 시간을 부자들이 하루를 더 길게 쓰는 25시간, 26시간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시간에 존재하는 자와 존재하지 않는 자들 간의 벽이 생기고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을 위한 가게, 문화들이 생겨난다.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을 판 빈자들은 유령이 되며 존재하지 않는 시간 속에 존재하는 부자들은 또 다른 의미의 유령이 되는 세계, 그 세계는 디스토피아의 소설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아이들과 어른들이 직면하는 세계의 모습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그리고 우리 어른들이) 얼마나 상처받고 있는지, 그 비극을 선연하게 알리는 이 아름다운 소설, <숲의 시간> 연말이 가기전에 아이어른, 어른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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