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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평점 :
장강명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에는 고등학교 시절 괴롭힘을 당하다 같은 반 학생을 찔러 죽인 남자와 그 남자와 각별한 추억을 가진 동창인 여자 그리고 죽은 학생의 엄마인 아줌마, 이렇게 세 인물이 나온다.
세 인물이 말하는 과거의 기억은 모두가 자기 자신이라는 소우주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남자는 괴롭힘에 못이겨 정당방위로 폭력 가해자 학생을 칼로 찔렀지만 죽은 아들이 일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어미는 남자의 삶을 어떻게든 망가뜨리려한다.
세계라는 현상은 이미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이 세계의 무엇을 바꿀 수 있겠느냐,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장강명의 <그믐...>은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을 통하여 어떤 구원을 행할 수도 있다고 믿게 만든다. 그 순간 이 소설은 후일담이 아닌 미래를 향한 연서가 되고만다. 빛이 나고만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장강명 특유의 가독성과 몰입성에 읽는 내내 애틋한 감정이 머무르는 경장편이다.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이 소설이 속죄가 아니라 세계의 재구성에 시선이 머물러 있어서 나는 '너무도' 좋았다.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