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age.aladin.co.kr/img/shop/19_85cover.png)
-
[eBook] [세트] [BL] 훼손 시리즈 (총9권/완결)
Leefail / 블루코드 / 2021년 1월
평점 :
열여섯의 동자승 여민.
서른 하나의 조폭 성태한.
어느모로 보나 접점도, 어울리지도 않는 이 두사람이 인연을 지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소설 <훼손>입니다. BL 소설에서 꽤나 드문 공 시점으로 서술되는 소설인데요. 그래서 공 성태한의 감정 변화는 물론 행동의 변화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열여섯에 번뇌를 알게 되고 사랑을 깨닫게 된 순수함의 결정체 여민과는 달리 인생 풍파에 닳고 닳은 서른 하나의 성태한에게 여민의 존재는 그야말로 세계를 바꾸는 그 자체였으니까요.
소설 속에서 성태한은 여민의 순수함을 짓밟고 훼손시키는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망설이며 사랑을 인정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거부하지만, 실제 "훼손"의 주체가 여민인 건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훼손> 본편의 결말 부분에서 여민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건네기까지 어쩌면 둘의 관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가장 급격하고도 아름답게 "훼손당한" 사람은 여민이 아니라 성태한 같으니까요.
각자의 세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뒤섞고, 파괴하며, 아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관계 전복이야말로 이 작품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오히려 본편 외전 격으로 붙은 후일담이 본편의 감상을 방해할 정도였어요. <똥강아지>도 얼른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