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이들해 작가의 <블랙 스피넬> 리뷰 입니다. 이 작품은 사실 1권의 0. 그러니까 프롤로그에서 내용과 결말이 조금 비쳐지고 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왕국에 찾아오는 "귀인"의 존재. 수 세기에 한 번씩 찾아오지만 정해진 규칙도, 기간도 없는 그야말로 "주어지는" 귀인. 그 귀인을 취하고 귀인의 태를 빌려 태어나는 핏줄은 '카힐란'이라 불리며 세상의 힘이 아닌 강력한 힘을 가진다. 귀인을 쟁탈하기 위한 전쟁은 끊임없고, 반드시 귀인을 통해서만 후사를 보겠다는 현 황제이자 카힐란인 발리엔. 그리고 그 왕국에 "떨어진" 현실을 살던 유제. 한 인간을 시공간을 초월해 만나 인연을 맺은 것이 아닌 철저하게 카힐란 핏줄을 잇기 위해 귀인을 기다린 발리엔에게 유제가 어떻게 "귀인"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런 발리엔을 사랑할 수 없는 유제도 너무 이해되고요. 그래서 이 작품의 결말이 씁쓸한 피폐로 남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