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작품을 읽었던 때가 떠올라요. 진짜 충격이었거든요. 천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거기서 범인의 평범함과 고통, 노력, 인내가 느껴진다면 믿어지십니까? 예체능 분야는 노력조차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태어나는 것”이라고 여기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천재라는 타이틀을 얻으려면 무얼 더 얼마나 해야하는 것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이번 15권은 유독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천재였으나 열아홉에 우연한 죽음으로 인해 더욱더 회자되는 화가로 남은 사나다 마치코. 그녀의 주변 인물들로서 그녀에게 영향을 받아 예술대학에 입학한 세 명의 친구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친구들의 주변인물이 되어 히로시마를 방문한 야토라와 요타스케. 천재에게 재능이란 무엇인지, 작품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죽음과 그 이후의 명예란 무엇인지 한번더 생각하게 한 15권이었습니다. 사나다를 잃은 후 끝없는 슬픔 속을 헤매던 야쿠모에게 요타스케가 던진 한마디가 진짜 좋았어요. “그 슬픔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도 괜찮은 거 아냐?“ 죽어서라도 두 사람의 작품들로 2인 전시회를 하자던 야쿠모의 독백까지 정말 완벽했던 한 권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갈수록 깊어지고 짙어지네요.
워낙 순한 BL 작품이라 오랜 기간 BL을 접해 피폐해진 심신에 아침 이슬 같은 느낌입니다. 정말 소프트 BL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해요. 표지를 열자마자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 모습이 사진으로 보여지는데 참,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요. 이번 4권도 재밌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