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을 구입하려다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일단 이북으로 구입해 읽었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 이후에 여러 글들을 찾아보다가 그의 “말”을 읽고 싶어졌어요. 출간된 에세이집은 품절이 됐고, 디 에센셜 한강에 산문 몇 편이 실려 있어 고민 없이 선택했습니다. 산문을 읽다가 단어가, 문장이 가슴을 치고 지나가는 느낌을 몇 번이나 느꼈어요. 어린 날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피아노 학원을 다니지 못해 가슴이 타들어가는 느낌을 처음 알았다는 작가의 기억들을 따라가며 이런 경험들이, 과거가 모여 한 명의 작가가 만들어지는구나 싶었습니다. “생명을 말하는 것들을, 생명을 가진 동안 써야 하는 것 아닐까?“ 라는 문장을 읽으며 정말 설렜습니다.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한강 작가의 또 다른 생명을 기다립니다.
워낙 믿고 읽는 작가라서 9권이나 되는 분량도 괜찮겠거니 생각했는데 힘들어요. 많이 힘듭니다. 일단 2권 초반까지 읽고 살짝 기운이 빠졌어요. 이야기 재밌거든요. 필력 정말 좋거든요. 그런데 잘 읽히지가 않습니다. 뭐 하나 문제가 없는데 잘 읽히지 않아서 지금은 때가 아니구나 싶어 멈췄습니다. 다음에 꼭 다시 도전해 보려고요.
분량이 세 권이라 짧다고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왜 되도 않는 오해를 하고 삽질을 하며, 술을 먹고 상대의 말을 듣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해 쉬운 길을 돌아가는가 싶어 읽는 내내 속이 터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경과 사랑은 다르다는 걸 깨달은 안락이 대견하고, 아주 오랫동안 상대를 의식하고 사랑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은 명예겸이 안타까웠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