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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는 머저리 ㅣ 로버트 A.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 8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배지훈.조호근 옮김 / 아작 / 2023년 4월
평점 :
첫 단편부터 정말 강렬한 소설이었습니다. 제목이 스포니까 언급해도 되겠죠? 부유한 집안의 마사가 유인원 제리를 만나 세상에 돌을 던지는 이야기입니다. 전자책이었다면, 읽으면서 하이라이트 쫙쫙 줄 그었을 거에요.(종이책을 받드는 사람이라, 차마 못 했습니다) 법정에서 변호사의
제리의 인간성이 법률적으로 인정되기를 원합니다.
라는 말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사실 이건 최근에 우리나라와도 큰 연관성이 있는 사안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반려동물을 사유재산으로 보는 현행법이요. 반려동물이 인간은 아니지만, 법적으로 생명체라는 것을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읽은 책을 보면 미국에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법이 개정된 지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더라고요. 전집을 읽으며, 하인라인이 물리학, 철학, 윤리학 등 다방면에 지식이 깊다는 것을 알았지만 시대를 앞서나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것은 이 편이었습니다.
이후 이어진 중단편들 또한 개성이 정말 뚜렷합니다. 하나하나의 정체성이 확고한 걸 보면,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여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컬럼버스는 머저리'에서 나오는 대화는 카페에 가서 귀를 기울이면 어디선가 들려올 법 하거든요. 페가수스호를 타고 우주로 떠난다는데, 그런 사실보다 티키타카 오가는 대화들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왈도'는 캐릭터들이 너무 살아있어서 어디서 본 것 같은 기분에, 짜증 내면서 봤던 소설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회사와 관련이 없는 왈도에게 네가 세상의 미래야 하면서 일을 강요하는 것 같았거든요. 게다가 왈도를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는 사람이 그라임스 삼촌밖에 없다고 해서, 왈도의 성격과는 별개로 마음이 아팠고요. 왈도와 연결만 끊기면 주변 사람들이 험담을 하는게 인간상을 보는 것 같아 주먹을 꽉 쥐게 했어요.
근데 대화가 너무 웃겨서 짜증이 가라앉더라고요.
"오른쪽에서 네 번째에 있는 백사장 쓰레기 수집가가 저일 겁니다." 아니 일자리를 잃는다는 표현을 쓰레기 수집가가 된다고 표현하다뇨? 게다가 사장은 "자네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내가 다섯 번째가 될 거야. 행운을 빌지."라며 5번째 백수 자리를 노립니다. 이러한 대화들이 잊을만하면 튀어나와서 유쾌했어요.
다른 단편들에서는 여전히 전쟁과 폭력의 상황에 노출된, 혹은 그 이후 상황들이 그려져서 하인라인에게 이토록 영향을 준 전쟁의 참혹함을 계속해서 생각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사회적 문제로 고통받는 참전용사, 만들어진 원자폭탄의 위협... 그리고 여전히 세계에 전쟁이 멈추지 않는 실제 상황.
고등학생 때 역사로부터 배우기 때문에, 역사를 배운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수천 년 동안 반복되는 걸 보면 언제쯤 끝이 날까 싶어요. 스타트렉이 그리는 미래가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이 리뷰는 아작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