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식빵 그린이네 그림책장
종종 지음 / 그린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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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치여
핑계아닌 핑계로 책육아에
소홀했던 지난 날들,
워킹맘을 끝내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와
같이 쇼파에 앉아 두런두런 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하며 재미있는
책육아를 다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오랜만에 갖는 책육아인데
어떤 책으로 다시 시작해야 아이가
재미있어할까 고민이 됐어요
그러다가 그린북에서 나온 신간,
평범한 식빵 그림책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빵을 무척 좋아하는 아이에게
딱 맞는 그림책이라 생각이 들었죠

아니나 다를까
빵이 그려진 책을 보며 신이 난 아이는
폴짝 폴짝 뛰더니
택배 뜯던 중문 앞에 앉아서
혼자 그림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신나하던 아이와는 달리
정반대의 표정을 짓고 있는 식빵이
그릇 위에 놓여있자
아이는 당황해하며 식빵에게
속상한 일이 있었냐고 물어봅니다

“나는 너무 평범해”

평범한 게 왜 속상한지
의문을 가지면서도 괜찮다고
식빵을 위로하는 아이,
아이와 저는 식빵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하루는 식빵이 자신의 모습을
곰곰이 살펴 보다가
다른 빵들과 달리 특별한 맛도 없고
특별한 모양도 없는
평범 그 자체인 자신의 모습에
초라함을 느끼게 됩니다

울퉁불퉁한 근육 몸매를
자랑하는 크루아상,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도넛,
크림과 단팥으로
속을 꽉꽉 채운 크림빵, 단팥빵,
달콤한 시럽과 과일이
잔뜩 올라간 핫케이크까지
평범한 자신과는 달리
특별하고 멋진 모습을 가진 빵들이
모두 부러웠습니다

‘난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빵들을 보고 있자니
식빵이는 더욱 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만 느껴졌고
결국 마음마저 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식탁 건너편에 있던
화려한 샌드위치가 눈에 띄었는데
알고 보니 샌드위치 씨도
한때는 식빵이와 같은 평범한 식빵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식빵이들은 모두 평범하게 태어나서
달콤한 딸기잼을 만나면
사랑스러운 딸기잼 빵이 되고
땅콩버터를 만나면
고소한 땅콩버터 빵이 되고

또, 노릇노릇 달걀과
프라이팬 위에서 만나면 영양 만점
배부른 토스트가 되고
부드러운 연어와 아보카도를 만나면
맛 좋은 연어 샌드위치가 되는
놀랍고도 매력적인 사실까지 알게 되지요

이렇게 평범했던 우리의
식빵이들이

딸기잼을 만나고
양상추, 토마토, 계란을 만나고
바나나, 딸기, 크림,
베이컨, 치즈, 머스타드까지
다양한 재료들을 만나며
이렇게나 특별한 식빵이 되었답니다

누구나 평범하게 태어나고
평범하게 만들어지지만
또 다른 평범한 존재와 만나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그 존재를 통해 자신이 더욱 돋보이기도
혹은 자신으로 인해
다른 존재가 더욱 돋보이기도 하며

서로가 서로를
더욱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평범함이야말로
세상에 더 없이 소중한 가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식빵이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더 이상 평범하다고 슬퍼하지 않았어요
되레 어떤 재료와 만나
어떤 특별한 빵이 되고 싶은지
매력적인 자신의
미래 모습을 생각하게 되었지요

우리 아이는 평범한 식빵
그림책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저와 몇 번이고 다독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평범한 식빵을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식빵 위에 그림을 그려도 되냐고 묻길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빵을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나중에 다 그린 식빵을 보니
정말로 어느 한 식빵도
똑같이 그려 낸 식빵이 없었다는 :)

평소 아이가 좋아하는
빵에 빗대어 평범함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알려줄 수 있어서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의 인생 선배로서
이 그림책 정말 좋구나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은 하얀
도화지와 같다는 말이 있지요
아이들의 모습이
평범한 식빵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앞으로 아이가 자라면서
어떤 모습을 그려낼지 참 궁금해지네요
무궁무진한 미래를 가진 식빵처럼
아이들의 미래에도
무궁무진한 미래가 펼쳐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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