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 유령 웅진 모두의 그림책 36
윤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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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돌이랑 같이 살고 있는 집들 많이 계신가요?
저희 집에는 큰 아들인 남편과
그를 닮은 작은 아들이 심각한 빵돌이라
언제나 빵을 끼고 살고 있답니다

빵돌이들이 좋아하는 많은 빵 중에서도
취향대로 발라먹고, 취향대로 토핑해먹을 수 있는
식빵 안에 촉촉한 빵이 아니라
식빵 유령이 살고 있는 식빵 집이 있다면?

생각만 해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윤지 작가님의 웅진주니어 창작동화, 식빵 유령을
빵을 좋아하는 빵돌이들과
쇼파에 나란히 앉아 함께 읽어 보았습니다

맛있는 빵들이 잔뜩 모여있는 빵집,
우리 작은 빵돌이가 빵집 안에 있는 빵들을 보더니
식빵이랑 컵케익이랑 바게트가 있다며
빵돌이답게 아주 뜨거운 반응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빵집은 저녁 8시가 되면 문이 닫힙니다
빵집의 불은 꺼지고 문은 잠기고
빵집에서 일하시는 직원 분은 퇴근을 하시죠
그 순간, 빵집 안에 있던 식빵이
혼자서 바스락 바스락 움직이기 시작하는데요

식빵이 혼자서 움직인다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냐며
공포 분위기를 살짝 조성해봤더니
아이는 괜찮다고, 식빵 집에서 살고 있는
착한 유령이 잠에서 깬 거라고 저를 안심시켜 줬어요
우리 작은 빵돌이 아들, 든든한걸 :)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고 일과를 시작하는
식빵 유령은 자신이 언제부터
식빵 유령으로 살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매일같이 빵집의 식탁을 빙빙 돌며
어제와 달라진 것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을 했답니다

그런데 꼭, 불이 꺼진 빵집에
매일같이 찾아오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이 고양이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빵집에 있는 빵을 아무렇게나 뜯어 먹고,
털을 여기저기 휘날리며 긁고,
물이 담겨있는 컵을 차서 물을 쏟으며
빵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자기 갈 길을 가곤 했지요
식빵 유령이 아무리 말려도 듣질 않았어요

빵집을 어지르고 나가는 고양이를 본
우리 아이가 식빵 유령이 많이 힘들겠다면서
식빵 유령을 따라 청소를 도와줬어요
평소에도 집안일을 도와주는 아이라 그런지
식빵 유령의 청소도 도와주네요
기특하기도 하고 아이의 마음이 너무 예쁘게 느껴져서
마음이 예쁘다고 칭찬해주고 안아주었습니다

다음 날도 고양이는 식탁 위로 올라와
식탁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자신의 식빵 집으로 올라와 식빵에서 졸기까지 하고
결국 참다 참다 유령은 고양이에게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혼쭐을 내주기로 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변신해서
혼쭐을 내줘야 고양이가 가장 무서워할지
이렇게도 변신해보고 저렇게도 변신을 해보고 있어요
우리 아이에게 어떤 유령으로 변신한 모습이
가장 무서워 보이냐고 물어보니
눈에 불을 활활 키고 있는 유령이 가장 무섭다고 했어요
확실히 빨간색이 주는 강렬함이 있긴 한가봐요

‘이상해, 이상하네. 이상도 하지. 정말 이상해.’
‘오늘은 조용해’

그런데 이상하게 기다리고 기다려도
매일같이 빵집에 오던 고양이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혼쭐을 내주려고 변신까지 하며 기다렸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오지를 않자
식빵 유령은 고양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고양이를 기다리며
빵집의 창밖만 바라보던 어느 날,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빵집에 누군가가 들어옵니다
그는 바로 식빵 유령이 기다리던 고양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유령이 된 고양이였습니다

‘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고양이 유령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식빵 유령은 고양이 유령을 따뜻하게 안아주었어요
식빵 유령이 고양이 유령을 안아주자
눈물을 흘리는 고양이 유령을 보고 있으니
제 마음 한 켠도 시큰시큰 아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집도 없이
눈을 맞으며 혼자 얼마나 외롭고 추웠을까요?
고양이가 오랜 시간 고생했을 생각을 하니
책임감 없이 고양이를 버린 주인이 정말 미워졌습니다
고양이의 귀를 자세히 보면 찢어져 있는데
귀가 찢어져서 버렸던 건지,
버림을 받고 고생을 하며 귀가 찢어진건지
알 수는 없지만 전후 상황 모두 가슴이 아팠습니다

사실 식빵 유령의 제목과 그림체를 보면서
단순히 귀여운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유령이 된 고양이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와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반려동물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은 소중한 거라고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도 심어주고
아빠와 아이와 둘러 앉아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그리고 가끔 아이가 강아지를 보면서
자기도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얘기를 하는데
너가 끝까지 강아지를 책임질 수 있을 때,
그 때 키워야 하는 거라고 다시 한 번 알려주었지요

그리고 그동안 길을 떠돌아다니며
외로웠던 고양이 유령은 더 이상 외롭지가 않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식빵 유령과
따뜻한 식빵 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거든요

물론, 고양이 유령은 여전히 빵집을 어지르고
식빵 유령은 고양이 유령이 어지른
빵집을 청소하며 예전과 똑같이 살고 있지만요,
그 고양이가 어디 가겠습니까 :)

처음에 이 책을 보았을 때는
단순히 귀여운 책이라 생각하고 아이와 이불을 쓰고
유령이 되어서 유령 놀이를 하려고 했었는데
또 다른 외로운 고양이 유령들이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따뜻한 식빵 집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진짜 식빵으로 만들까 하다가
오래오래 튼튼했으면 하는 마음에 가베로 만들었는데
아이가 가베 식빵 집을 더 좋아하네요
더 이상 외로운 유령들이 없도록,
그리고 더 이상 책임감 없이
죄 없는 반려동물들을 버리는 사람들이 없도록
많은 사람들이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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