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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불전의 기원, 불교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리처드 곰브리치 지음, 김현구 외 옮김 / CIR(씨아이알)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만 봐서는 불교에 관한 일반교양 서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명한 불교 연구 학자인 영국의 ‘리처드 곰브리치’가 1994년 학회에서 발표하기 위한 강의용 원고를 출간한 책이다. (참고로 저자는 ‘서양미술사’로 유명한 ‘에른스트 곰브리치’와는 동일 인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아주 어려운 전공 서적은 아니지만 불교도도 아니고 불교 전공자도 아닌 사람이 읽기에는 부담이 좀 있는 책이다. 실제로 책을 번역한 곳도 전남대 철학과 대학원이다. 아마도 대학원 수업 시간에 강독하고 번역한 책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책의 서두에 불교를 전공으로 하는 대학생 내지 대학원생에게 필독서라고 소개하고 있다.
보편 종교에 해당하는 모든 종교들이 마찬가지이겠지만 고대에 형성되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오랜 변화를 겪게 된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은 종교의 창시자에 대한 신격화가 있을 것이다. 불교의 창시자 석가모니는 부처가 되었고, 기독교의 창시자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 되었다. 세 종교 가운데 가장 늦게 7세기에 창시된 이슬람교에서는 무함마드를 신으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신의 예언자 반열에 올랐다. 이러다보니 이들의 말이 신의 말이 되고 경전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경전이 시간이 흘러 1000년, 2000년이 흐르면서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사라지고 ‘말’만 남게 되었다. 해석학까지 언급할 필요 없이 시대적 상황을 고려함 없이 ‘말’만 해석하는 주석 연구로만 빠지면 종교가 창시될 때의 의미는 쇠락하고 주석 연구가들이 만들어 놓은 전혀 다른 종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가 창시된 원래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시금 역사적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불교도 이 같은 상황에서 예외라고 할 수는 없다. 석가모니가 한 말들이 왜 의미가 있는지는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정치적, 종교적 지도층의 역할을 한 ‘바라문’들의 특징을 알아야만 한다. 이런 노력 없이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경전을 한문으로 번역하고, 한문으로 쓰인 경전을 한글로 번역해 읽어서야 현대의 한국 사람의 초기 불교의 정신을 도저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다면 저자인 ‘리처드 곰브리치’의 작업이 이것이다. 불교의 탄생, 석가모니의 말, 경전을 역사적 상황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불교도의 입장이 아닌 시대적 상황 속에서 초기 불교를 이해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런 노력이 인정을 받아 이 책이 불교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필독서가 된 것이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불교에 대한 문외한이 전공 서적을 읽다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내가 공부한 전공 책도 잘 안보는 판국에 남의 전공 책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단지 나도 공부하는 입장이 되어 조금 알아가는 과정에서 책을 읽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