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옥수수 - 우리의 음식, 땅, 미래에 대한 위협 GMO
케이틀린 셰털리 지음, 김은영 옮김 / 풀빛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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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옥수수. 제목만 보면 소설 같이 보이는 책이다. 원제는 ‘Modified’ 제목 자체는 옥수수와는 상관없다. 출판사에서 책 제목을 내용과 관련하여 변경했는데 좋은 제목 같지는 않다. GMO 식품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책인데 핵심이 되는 소재가 옥수수라서 제목을 이렇게 붙인 것 같다. 그런데 슬픈이란 형용사는 좀 너무 나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하면서 한숨이 나왔다. 책을 읽다보면 내용은 제외하고 구성이나 문체로 인해서 한숨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나는 핵심 주제를 간결하게 서술하는 글을 선호하는 편이다. 문학 작품이라면 모르겠지만 들어가는 도입부터 개인 일상을 주저리주저리 나열하는 글은 취향에 맞지 않는다. 진짜 소설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다음은 첫 단락의 일부이다. ‘내 차 위로 쭉 뻗어 있는 네브래스카의 푸른 하늘은 마치 짱짱한 고무 밴드 같았다. 바람결에서 <나의 안토니아>가 담고 있는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이 느껴졌고 햇살은 뛰 위로 내리 꽂히는 듯 강렬했다.’ 정말 내 취향 아니다. 번역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전문 서적이 아닌 일반적인 GMO에 관한 책의 내용이나 결론은 대동소이한데, 단행본치고는 두꺼운 근 500페이지 가까운 책이 나온 이유를 첫 페이지에서 알았다. 하여튼 글쟁이들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은 저자의 개인적 체험에서 출발한다. 몸이 계속 아팠는데 어떤 의사가 GMO 식품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식단을 바꾸었더니 거짓말처럼 나았고, 그 후 옥수수로 대변되는 GMO 식품의 위험성을 알리는 책을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이 어떤 취지에서 쓰였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여러모로 공격받기 딱 좋은 책이다. GMO의 위험성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GMO의 문제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논거 자체가 조금은 허술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 전문가가 아니라 한 작가가 개인적 체험에서 출발해 공부를 하면서 이것저것 쓴 내용이 한계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또 미국 사람이 쓴 최근의 미국 이야기이다 보니 네브래스카 같은 지명, 아이오와 왈츠 같은 노래, 밤은 부드러워 같은 책, 수많은 서양 사람들의 이름을 읽을 때면 책에서 멀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이 느낌은 독서에 계속 방해를 준다.

 

정리를 하면 이 책은 미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GMO 식품에 대한 기본 정보를 소설 읽는 것처럼 읽고 싶은 사람에게는 좋은 책이다. 하지만 근 5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의 책을 미국 사람의 개인적 잡담까지 들어가면서 GMO 이야기를 듣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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