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인생을 말하다 - 평범한 삶을 비범하게 바꾸는 한자(漢子)의 힘
장석만 지음 / 책들의정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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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표지 하단에 있는 부제(副題) 때문이었다. 5,000년 역사의 한자로 풀어낸 동양 고전, 그 안에서 배우는 긍정적 태도와 삶의 지혜. 꽤 괜찮은 부제이다. 한자와 동양 고전을 함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니 최근 한자 공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딱 좋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한자 공부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 (구덩이 감)’이라는 한자가 있다. 쉬운 한자가 아니다. 구덩이를 표현할 때 많이 쓰는 한자는 (구덩이 갱)’이다. 坑道(갱도), 焚書坑儒(분서갱유), 坑木(갱목)과 같은 단어들은 자못 쓰는 말들이다. 그런데 (구덩이 감)’은 우물 안 개구리를 표현할 때의 坎中之蛙(감중지와) 정도로만 알고 쓴다. 이 마저도 埳中之蛙(감중지와)가 더 많이 쓰인다. 그런데 (구덩이 감)’을 많은 구덩이라고 설명하면서 구덩이가 많으면 곤란한 상황이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사례를 하나씩 들어주니 어려운 한자를 잊지 않고 쉽게 익힐 수 있으니 한자 공부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책이 한자 공부를 벗어나 긍정적 태도와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책이라는 면에서는 일반 처세술 책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앞에서 언급한 (구덩이 감)’이라는 한자와 연결된 것은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위기 극복 사례이다. 도요타 자동차가 2007년 금융위기와 리콜 사태를 어떻게 극복했다는 이야기가 곁들여 있다. ‘(구덩이 감)’과 도요타라! 어딘지 좀 생뚱맞다. 도요타 자동차의 위기와 그 문제 해결점을 한자에서 찾아야 할까? 도요타의 위기는 자본의 속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 좋지 않을까! 서점에는 자기개발서라는 이름의 처세술 책이 너무 많다. 그런데 한자까지 끼어서 처세를 이야기하는 것이 시류에 부합하는 책으로 격을 낮추는 듯한 느낌이 든다.

 

(따를 수)’를 이야기 하면서 비트코인 이야기를 한다. 부록에 溫故而知新(온고이지신) 편이 있는데 비트코인 이야기는 溫故而知新(온고이지신)에 딱 부합하는 이야기이다. 실체 없는 자산에 대한 투자 열풍의 끝은 뻔하다. 그 역사적 사례는 수두룩하다. 물론 저자가 비트코인에 적극 투자하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이걸 (따를 수)’와 연결하여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라고 말하는 것은 비트코인에 투자하라는 말 이상으로 들리지 않는다.

 

(풀 해)’를 언급하면서 삼국지연의에서 조조가 관우에게 베푼 은혜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언급하는데, 저자는 이 장면이 허구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을 텐데 역사적 사실처럼 언급하는 것도 아무리 일반 교양서라지만 너무 독자들의 눈높이에 책의 수준을 맞춘 것 같다. 좋은 책이라면 독자들의 수준을 끌어 올려주는 책일 것이다.

 

마무리하면 이 책은 한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데에는 큰 도움을 주는 책이지만 그 이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한자와 동양 고전을 함께 학습하면서 삶의 지혜에 대한 책을 찾는다면 동양 고전을 쉽게 해설한 책을 읽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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