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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인문학 - 커피는 세상을 어떻게 유혹했는가?
박영순 지음, 유사랑 그림 / 인물과사상사 / 2017년 9월
평점 :
[서평] 커피인문학 : 커피는 세상을 어떻게 유혹했는가?
전반적으로 커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 거리가 나와 있는 책이다. 책이 출판된 계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저자 소개와 책의 내용으로 추정해 볼 때,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일반 교양서로 출판한 것 같다. 내용은 서문과 커피의 생산과정에 대한 설명이 책의 서두에 배치되어 있다. 서문은 약간 생소했다 일반적으로 책을 쓰게 된 계기나 과정을 한 페이지나 두 페이지로 쓰는데 다소 길게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독자 입장에서는 약간은 민망할 정도로 자기 자랑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문 다음에 나온 커피의 생육과정이 사진이 첨부되어 나오는데, 전체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좋았다. 커피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커피가 어떻게 재배되는지는 알지 못했는데, 사진을 첨부하여 단계별로 설명하는 것이 커피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본문으로 들어가서는 1장에서는 커피가 세계적으로 보급되는 과정, 2장에서는 우리나라에 커피가 보급되는 과정, 3장에서는 커피와 관련된 이야기들, 4장에서는 지역별 커피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1장의 내용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으로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는 것 같다. 2장은 우리나라의 커피 이야기인데, 조선 후기부터 최근까지 어떻게 우리나라에 커피가 도입되고 보급되었는지를 설명한다. 다소 생경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 커피 애호가들의 입담에 오르내리기 좋은 내용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조선 말과 일제 강점기의 이야기를 커피에 억지로 끌어들여 논리적인 문제가 많이 노출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3장은 1장과의 연속성 측면에서 읽으면 될 내용으로 다른 책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내용들이다.
마지막으로 4장이 본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장이다. 소위 ‘발로 쓴 글’이라는 말이 있다. 발로 쓴 듯 엉망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실제 답사를 통해 현실감을 주는 글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책상물림이 아닌 현실에서 우러나오는 내용의 글에 대한 찬사의 의미이다. 정말 4장이 이 책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직접 돌아다닌 지역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입장을 밝힌 내용은 누구도 따라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파나마 게이샤, 르완다와 우간다 커피, 하와이안 코나, 콜롬비아 커피에 대한 기원과 실제 상황을 현지인들과의 접촉 속에서 잘 풀어냈다. 그리고 해당 지역 커피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었다.
1장에서 3장까지는 다른 책을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것을 들려줄 때, 저자가 독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4장을 읽으면서 커피에 관한 좋은 책을 읽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1장에서 3장의 내용은 다른 책들에 있는 내용을 기자 출신의 저자가 읽기 편하게 써놓았다는 인상을 크게 받았다. 했던 말들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논리적 순서와는 관계없는 에피소드가 쑥쑥 튀어나올 때마다 책읽기가 불편했다. 하지만 4장을 읽으면서 이 책을 읽을 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커피에 관한 상식이 풍부한 분들이라면 다른 장들은 건너뛰고 4장만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