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제목이 약간은 자극적이다. 독일어(Wie das Wetter Geschichte macht : Katastrophen und Klimawandel von der Antike bis heute)로는 어떻게 날씨가 역사를 만들었나 : 고대로부터 현재까지의 재앙과 기후변화로 번역되는 제목이다. 단순하게 보면 날씨가 세계사의 사건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관한 가벼운 이야기 거리로 생각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단순한 가십성 이야기책으로 보면 프롤로그조차 읽기 힘들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려면 용어에 대한 개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듯싶다. 제목에 언급된 날씨는 기상(weather)에 해당한다. 반면 날씨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나타나는 기상 현상들은 기후(climate)에 해당한다. 저자는 단기적인 기상 현상으로 인해서 나타난 중요한 세계사의 사건들을 미시적 차원에서 고찰한다. 예를 들면 1788713~714일 거대한 우박이 불러온 프랑스 혁명, 1939118일 대학살을 예고한 그날의 안개, 194466일 폭풍 속의 고요: 노르망디 상륙 작성과 같이 하루 동안의 날씨가 세계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한다. 한편으로는 중세 온난기, 중세 빙하기와 같이 거시적 차원에서 기후가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한다. 거시적 측면에서 기후(climate)가 한 문명이나 국가의 흥망성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쉽게 설명하고 논리적으로 타당한 결과를 도출하기가 쉽다. 그러나 미시적 차원에서 이를 설명하기란 쉽지가 않다. 물론 사람들에게는 나폴레옹의 러시아 전쟁과 같이 날씨로 모든 것을 설명해 주기를 원하지만 이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미시적 차원에서 날씨가 해당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될 경우, 다른 중요한 요인들은 전혀 고려되지 않을 수 있는 논리적 오류에 빠지기 쉽다. 인류사의 결정에 있어서 수많은 변수들 가운데 단 한 가지만 가지고 설명하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도 이러한 사실에 주목하고 프롤로그에서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 제시하고 있다.

 

책의 말미에는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에 불어 닥친 허리케인 카트리나2015년 캘리포니아의 물 부족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이런 것도 세계사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현재는 곧 과거가 될 것이고, 모든 과거는 역사학자의 논의 대상이 되니 현재의 사건이라고 세계사의 범주에 포함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세계사라는 주제에 포함되기에는 낯설다는 느낌이 든다. 에필로그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역사적으로 기후변화가 반복되었기 때문에 저자의 입장은 기후변화가 인류사에서 커다란 문제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인간에 의한 환경 변화가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있어서 현 시대 환경문제는 기후변화가 중심이라는 것보다는 인구 과잉이 문제라는 진단을 내렸다. 크게 보면 일면 타당한 결론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지구에 인구 많으니 그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다면 과연 어떤 해결책이 나올지 궁금하다. 멜서의의 인구론에서 제시한 비관적 미래를 상상하기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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