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 한족은 없다 - 한족(漢族)으로 포장한 이민족의 땅 ㅣ 길 위의 인문 에세이 2
채경석 지음 / 계란후라이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저자가 중국 서북부 지역을 여행하면서, 중국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책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는 신기하고 놀라운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내용 자체가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다. 중국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족(漢族)이 하나의 민족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역사는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지속적인 통합의 과정 속에서 여러 민족이 ‘중화(中華)’라는 말로 편입되어 과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영역이 확대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날 인구 13억의 국가가 되었다. 이런 점에서 한족(漢族)이 하나의 민족에서 기원하였다는 말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내용을 20여 일간의 중국 서북부 지역을 여행하면서 경험한 내용과 생각한 내용을 책으로 담아냈다. 그리고 책 속에 멋있는 사진들도 많이 담아냈다. 하지만 내용 자체가 너무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책 읽기기 부담이 되는 면도 있다. 뻔한 내용을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에피소드와 함께 계속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다 근원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민족이라는 개념은 어차피 근대에 형성된 개념이다. 민족은 혈연이 완전히 무시될 수는 없지만 100% 혈연에 기반을 둔 집단이 아니다. 민족은 언어에 기반을 둔 집단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 같은 민족이라고 봐야한다. 그런데 혈연에 기반을 둔 잘못된 민족 개념을 아직도 말하고 있으니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책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 역시 단일 민족이라는 허상에 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 사람이 하나의 언어를 쓰는 동일한 집단이라면 옳은 이야기이지만, 한국 사람들이 하나의 기원에서 출발한 혈연 집단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국인의 얼굴 골격 구조를 분석할 때 남방계와 북방계로 구분하면서 인종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은 이제 정설이다. 그리고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나라를 쳐들어온 이방의 남자 군인들이 한반도의 여성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에 있다.
우리가 이제 추구해야 할 것은 중국 민족이니 한국 민족이니 하는 인적 구성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얼굴과 피부색이 다르더라도 서로 존중하고 공존할 수 있는 다문화사회가 되어야 할 것 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중국이라는 나라 속으로 이방인들을 품어서 하나의 문화를 창출해낸 중국의 역사는 바람직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