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권기봉 저, 다시 서울을 걷다

다시, 서울을 걷다
권기봉 지음 / 알마 / 2012년 10월

정말 우연찮게 읽은 책이다. 서평이벤트에서 지원자가 적어 미달이 난 책이라, 그냥 지원하면 당첨될 것 같아 별 기대 없이 서평이벤트를 신청했다. 그런데 서평이벤트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다. 서평이벤트가 아니면 결코 읽지 않았을 책이다. 제목도 다소 밋밋해 보이고 그저 그런 사진 화보집 정도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읽다보니 진짜 좋은 책이다.

대학 시절 ‘발로 쓴 책’이란 표현을 자주 들었다. 개발새발 엉터리 글씨로 쓴 책이 아니라 실제 답사와 조사를 통해서 책을 썼다는 의미이다. 반대 의미를 가진 용어를 들자면 ‘탁상행정’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이 진짜 ‘발로 쓴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 답사는 물론 철저한 고증이 이루어졌다. 이런 이유로 평소 늘 보던 것들도 새롭게 보여줄 수 있었고, 우리 주변에 있지만 잘 알지 못하던 것들을 잘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어디서 구했을지 모를 희귀한 사진들은 정말 ‘발로 쓴 책’이 이런 것이란 사례를 보여 주는 것 같다.

나는 책을 좋은 책을 구분하는 방법이 책을 읽고 나서, 저자의 책이나 관련된 책을 또다시 읽고 싶다면 그 책은 확실히 좋은 책이라고 평가한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사례에 해당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니 저자의 또 다른 책도 읽고 싶어진다. 제목에 ‘다시’라는 말이 붙어 있는 것을 볼 때, 저자가 서울에 관해서 쓴 두 번째 책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데, 첫 번째 책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두 번째 책이 나왔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저자의 책을 이제야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다. 아쉽게 첫 번째 책을 읽지 못하고 두 번째 책을 읽게 되어 다소 아쉬운 생각이 든다.

다음 기회에 저자의 앞선 책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를 읽어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