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 - 세상을 바꾼 의학의 10대 발견
존 퀘이조 지음, 황상익 외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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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목은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이고, 부제목은 세상을 바꾼 의학의 10대 발견이다. 그런데 주제목은 10가지 주제 가운데 두 번째 소단락의 제목이고 부제목이 실제 제목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편집상의 이유로 다소 흥미를 끌 수 있는 소단락의 제목이 주제목이 되었지만, 하나의 소단락이 전체 주제를 포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런 탓에 예전에 읽었던 김영사에서 나온 감염지도와 비슷한 종류의 책이라는 첫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의학과 관련된 약간의 전문적인 내용이 들어간 교양서적으로 의학 발달사 내지 의학 역사 정도로 생각하고 책을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의학 전문기자라고 소개가 되어 있지만, 외국 사람이다 보니 약력을 봐도 어떤 사람인지 알기는 어렵다. 그런데 역자를 살펴보니 의대 교수와 의대 대학원 출신이라고 나와 있. 정황 상 역자 중 아래의 두 인물이 번역하고 위의 한 사람은 검토를 했을 것 같다. 아무튼 인문 의학 분야 전공자가 교양서적을 낸다는 것이 다소 생소했다. 우리나라에서 의대가면 일반적으로 의사가 되어 병원 차릴 것으로 생각하는데, 대학 내에 인문 의학 분야가 하나의 분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낯설다. 의대를 단순히 의사 양성소 정도로 생각하는 상황에서 인문 의학 분야에서 의학 관련 교양서적을 출판해 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 발달한 나라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본론으로 들어가 이 책은 의학 관련 10가지 발견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목에 나와 있는 콜레라와 관련된 공중위생, 마취, 엑스선, 백신, 항생제 등 현재 우리가 병원에서 마주칠 수 있는 것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우연한 발견 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 끝에 얻은 결과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의학적 발견이 이루어지고, 이것들이 오늘날의 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연대기 순으로 우연과 행운이 들어간 발견에서 시작하여, 수많은 연구자의 노력에 의해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연구 주제들이 언급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히포크라테스, 콜레라, 엑스선, 백신, 항생제, DNA 등에 관한 내용은 들어본 적이 있는 터라, 처음 접해보는 정신질환 치료제에 관한 단락이 흥미로웠다. 정신질환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미친 것이 아니라 치료될 수 있는 질병이라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이 새롭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과거에 고칠 수 없는 병은 죽을 수밖에 없는 병으로 생각했듯이, 현재 우리가 고칠 수 없는 병도 영원한 불치병이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면서 현재의 불치병이 영원히 불치병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우리가 숙명으로 받아들였던 사실들이 더 이상 숙명이 아닌 상황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실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면 앞으로의 미래는 현재와는 외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내면적인 측면까지도 굉장히 크게 바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를 일이다. 과거의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과학과 의학의 자체의 발달도 중요하지만 발달된 학문과 기술을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적응시켜 줄 수 있는 인문학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문 의학도 이런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 같다. 책 자체의 내용도 재미있고 흥미로웠지만, 인문 의학 이라는 분과가 있다는 사실에 더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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