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한입
데이비드 에드먼즈 & 나이절 워버턴 지음, 석기용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서평] 철학 한 입(Philosophy Bites), 열린책들

 

좋은 책은 어떤 책일까? 일단 좋은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한다. 재미있거나, 유익하거나, 풍부한 정보가 담겨 있는 책이 이런 범주에 들 것이다. 하지만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낳은 것처럼, 단순히 좋은 내용을 알려 주는 것보다 좋은 내용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는 책이 더 훌륭한 책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철학 한 입(Philosophy Bites)’은 바로 이런 부류의 책에 해당하는 정말로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 그대로 철학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조금씩 알려주는 책이다. 하지만 내용이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뜬 구름 잡는 내용이 담겨있지도 않다. 하나의 주제에 관해 오랫동안 생각하고 고민을 해 온 철학자들이 진행자와의 대화를 통해 우리 삶의 모습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주제의 범주는 제한이 없다. 윤리, 정치, 종교 등 우리 삶에 있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그 내용들은 나와는 관계없는 저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내 옆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가 무시하거나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런 일들에 관해 생각하고 각성을 촉구하는 것이 철학의 임무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다. 철학의 매력이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주변의 평범하고 일상적 것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결코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이 될 수 없으며, 반대로 이상해 보이는 것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이고 무익해 보이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고 무익하지 않은 것이 철학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내용 자체보다도 철학에 관심을 갖고 좀 더 심도 있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계기를 준다는 점에서 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한 권의 책을 읽고 끝나지 않고, 철학에 관한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정말 훌륭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철학에 관한 입문서는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런 입문서들은 가끔씩 책의 첫 장을 넘어가기도 전에 철학을 너무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과거의 철학이 그러했듯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로 진행된다. 한평생 또는 반평생을 한 분야에 관해 생각하고 연구해온 철학자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어려운 전문 용어가 아니더라도 쉽게 이해되고 공감이가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와는 다소 동떨어진 서양 사회의 환경과 문제점들로 인해 책을 읽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람은 동양 사람이나 서양 사람이나 똑같은 사람이라는 점에서 우리와 완전히 괴리되고 동떨어진 내용이라고는 할 수 없다. 게다가 이 책에 등장한 영미권 25명의 철학자들이 쓴 책 중 여러 권이 번역이 되어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조금 더 깊이 책을 읽어 볼 수도 있다. 어렵지 않게 철학을 소개하면서, 철학의 참맛을 느끼고, 깊이 공부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책으로 이만한 책도 많지 않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