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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개발, 길을 잃다 - 대형 개발에 가려진 진실과 실패한 도시 성형의 책임을 묻다
김경민 지음 / 시공사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지금은 세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부동산 경기가 한 풀 꺾여 있다. 그러나 몇 년 전만 해도 부동산 경기는 장밋빛 일색이었고,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계속 오르기만 했다. 여기에 편승한 각종 개발들로 서울은 여기저기서 들썩거렸다. 100층이 넘는 고층 빌딩 건설 계획에 관한 기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서울시 전역이 뉴타운 계획으로 도배가 되었다. 특히 뉴타운은 서울 사람 모두를 부자로 만들어 줄 것 같은 환상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장밋빛 환상에 젖어 있던 사람들이 차츰 현실을 인식하게 되면서 대형 건설 개발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용산 개발은 개발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로 진척 없이 남아 있으며, 뉴타운은 더 이상 헌 집주고 새집 받는 사업이 될 수 없게 되었다. 그로 인해 전국적으로 뉴타운 사업을 철회해 달라는 시위만 거세지고 있다. 과연 서울을 비롯한 전국을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삽질해’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사람은 누구이고, 그 책임은 누가 져야하는가!
자본주의 시장을 표방하는 우리나라에서 돈 벌기 위해 부동산 사업을 한다고 욕할 사람은 없다. 과거에는 부동산 투기라고 손가락질해대던 비판들도 요즘에는 투자라는 이름으로 옷을 갈아입고 정당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어디 높은 자리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사람 중에 이와 관련되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 제도적 차원의 문제를 보면 더욱 문제는 심각한 것 같다.
우리나라의 대형 부동산 개발을 공공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시스템이 전무하다는 사실이 더욱 분노를 일으킨다. 용산 개발이나 뉴타운 개발이나 그 과정에 개입된 사람들의 무능함과 부도덕함을 알게 되면 될수록 분노가 일어난다. 용산 개발에서는 이해 당사자들 간의 이전투구로 인해 주민들이 받는 피해에 화가 치솟을 뿐이다. 철거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음에도 그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것 같다. 특히 뉴타운 정책은 전임 시장이나 그 전의 시장의 잘잘못을 떠나서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 서울 주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서울 사람을 위한 주거 정책을 세워야 할 텐데, 마치 가난한 사람을 서울에서 쫓아내려는 정책으로 보인다.
‘도시개발, 길을 잃다.’는 이처럼 서울의 용산, 뉴타운, 가든파이브 등의 도시개발의 문제점을 잘 정리하고 미국의 사례를 통하여 바람직한 개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전문가가 아닌 독자로서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방법인 최선인지는 잘 모르겠다. 또 적절하게 번역할 내용이 없어 보이는 단어들을 영어 발음대로 그냥 적어 놓은 것이 많아 일반인이 읽기에 불편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시개발의 난맥을 잘 정리하여 이해하기 쉽도록 글을 썼다는 점에서는 좋은 책이라 평가된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몇 년간의 엉터리 같은 서울의 도시개발 정책을 잘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나와 서울의 부동산 정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도시개발 정책 전반이 보다 투명해지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