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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전쟁 - 연금제도가 밝히지 않는 진실
로저 로웬스타인 지음, 손성동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서평] 로저 로웬스타인, 복지전쟁
복지전쟁, 과격한 제목의 책이다. 이번에도 전쟁이다. 식량 전쟁, 자원 전쟁 등의 일련의 전쟁 시리즈로 느껴진다. 번역된 책인지라 원제목을 찾아봤다. ‘While America Aged: How Pension Debts Ruined General Motors, Stopped the NYC Subways, Bankrupted San Diego, and Loom as the Next Financial Crisis’ 아무래도 복지전쟁이라는 제목은 원제목과는 동떨어진 것 같다. 연금 제도가 복지의 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복지의 전부인 것처럼 제목을 써 놓으면 책을 선택한 독자들을 크게 속이는 것이라 생각된다. 게다가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붙여 놓았으니 복지에 관한 굉장한 논쟁이 책 속에 담겨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제목처럼 총알이 핑핑 날아다니고 사람들을 격분시키는 논쟁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미국의 기업 연금과 공공 연금의 문제점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사건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었다. 제목은 책의 얼굴인데 그 본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성형 수술을 시켜 놓은 느낌이었다. 아무리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 중요하더라도 제목을 성형 수술시켜서는 안 될 것이란 생각이다.
이 책은 GM의 기업 연금, 뉴욕과 샌디에이고의 공공 연금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기자 출신의 책이라 문장도 단순하고, 번역도 비교적 깔끔하게 되어 있다. 만약 내가 연금 관련 전문가라면 쉬는 시간에 부담 없이 또 재미있게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의 연금 제도에도 별 관심이 없는 터에 미국의 연금 제도 많은 신경을 쓰며 책을 읽으려니 그렇게 쉽지만도 않았었다. 이 책을 읽으려는 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미국의 건강보험과 연금제도는 우리나라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인식하고 읽는 것이 책일 읽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우리나라는 국가가 중심이 되어 전국민을 대상으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시스템이 운영된다. 반면 미국은 기업이나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퇴직연금과 건강보험이 운영되는 것 같다. 그러니 기업마다 연금 제도가 다르고 기업마다 부담해야하는 금액도 다를 것이다. 그런데 기업 연금 제도가 도입될 당시와는 다르게 기업이 부담해야할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1장의 내용이다. 2장과 3장에서는 뉴욕과 샌디에이고의 공공연금과 관련된 도덕적 해이로 말미암은 공공연금과 재정의 파탄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단순하게 보면 고령화라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연금제도와 건강보험제도가 기업과 지방 정부에 재정적 부담을 주기 때문에 민감 부문과 공공 부문이 경쟁력을 갉아 먹고 시민들의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주장으로 보일 수도 있다. 나도 처음에는 연금과 건강보험제도를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신자유주의의 견해의 책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읽어보면 제도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지 신자유주의의 견해에 충실히 하여 연금과 건강보험 자체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업과 지방 정부에 의해 분리 운영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국가 전체의 효율적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뉘앙스가 들어간 문구들도 접할 수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연금제도와 관련된 어느 한 편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거나 반대하지는 않으면서, 하루 속히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이상의 내용에 대해서는 파악이 안 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을 잘 모르겠다. 그냥 기자로서 문제 제기를 한 것에서 끝나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너무 낯선 분야의 책이라 그런지 행간의 의미가 잘 안 들어온다. 지금 현재의 내 삶과는 너무 동떨어진 내용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제목에 낚여 미국 연금제도라는 낯선 분야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지금 당장 먹고 살기 바쁜 터라 앞으로 수십 년 뒤에 올 은퇴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책 읽기에 재미가 없었다. 요즘 읽는 책 가운데 이런 책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책을 읽는 데 있어서 나쁜 상황인지, 새로운 것을 읽히는 과정에 생기는 좋은 현상인지 잘 모르겠다. 정말 헛갈린다 헛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