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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
최성일 지음 / 연암서가 / 2011년 5월
평점 :
[서평] 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기 시작한지 반년이 넘어간다. 서평이라는 표현은 너무한 거창한 것 같아 독후감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쓴다. 독후감을 쓰게 된 이유는 몇 년 전에 읽은 책들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 가기 때문이었다. 책의 내용은 어느 정도 잃어버릴 수 있겠지만, 책 자체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에 대한 기억이 통째로 사라지면서 대책을 강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지금까지 몇 십여 권에 대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다. 그러면서 독후감을 쓰는 것이 많이 편해졌고, 글을 쓰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아직도 독후감을 쓰기에 감을 잡기 어렵고, 어떻게 써야할지 맥이 안 잡히는 책들이 있다. 바로 서평을 모아놓아 엮는 서평집이다.
물론 서평집도 책을 엮는 데 있어서 일관성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책들에 대한 책이기 때문에 그 많은 책들에 대한 요약하는 글을 쓰기도 어렵고, 서평을 쓴 저자의 생각이나 가치관에 대해서 쓰기도 좋지 않다. 책에 대해 쓰기도 어렵고, 책이 저자에 대해서 쓰기도 어렵고, 서평에 대해 쓰기도 그런 정말 서평쓰기 난감한 책이 서평집이다. 그래도 책을 읽고 서평을 써야한다는 의무감에 고심과 고심 끝에 그냥 내가 느낀 점들을 죽 늘여 쓰기로 결정했다.
먼저 저자 분께서 과학책들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전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책들에 대해 가차 없이 비난하는 모습에 다소 섬뜩함을 느꼈다. 물론 내가 내 이름을 걸고 책을 써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번역이 얼마나 고된 일이고 편집이라는 작업이 얼마나 힘든 일이지는 조금은 안다. 또 애써서 만든 책이 잘 팔리지 않을 때의 상실감도 조금은 들어서 안다. 그런데 번역이나 편집 실수에 대해 너무나 매몰차게 대하는 모습이 너무 섬뜩했다. 그래서 나도 편집 실수를 눈 크게 뜨고 찾아보다가 하나 찾아냈다. ^.^ 29페이지 아래서 세 번째 줄에서 ‘인류 전멸의 위기를 몰고 올 핵전쟁에 대한 경각심마저 외계인가 만나기 위한 ‘시간 벌기’로 읽히기도 한다.’에서 ‘외계인과’를 ‘외계인가’로 써 놨다. 분명한 오타고 실수다. 그래서인지 편집자들에 대한 측인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저자에 대해 ‘쌤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이 책에 나온 39편의 서평에 소개된 책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너무나 슬펐다. 그래도 책을 꽤 읽는다는 사람이 이 중 한 권도 읽지 못했다는 사실에 절망이 앞섰다.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면 에드워드 윌슨의 책과 마지막에 첨부된 ‘함께 읽을 책’에 포함된 책 가운데 세 권을 읽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과학이라는 분야가 내 관심사와는 너무 멀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내용 자체야 저자 분께서 쉽게 서술해 놓으셔서 전체적으로 어렵지는 않았다. 과학자들의 이야기와 과학과 관련된 사회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나오는 다소 전문적인 과학 이야기들을 볼 때면,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니 내가 아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한탄이 나오기도 했다. 과학에 대해서 너무 무지하니 과학책을 더 자주 읽어야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는 점에서 나의 이번 책읽기는 성공을 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도 책을 읽고 글을 쓸 때, 좀 더 깊이 있게 읽고 깊이 있게 생각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글쓰기로 밥벌어 먹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자들과 다를 것도 없는 데, 저자의 글과 내 글 사이에 깊이과 내용에 있어서 너무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그리고 어느 한 분야에 대한 전문적 책 읽기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 권의 책으로만 만족하지 말고 그와 연관된 다양한 책을 통해서 내용을 익힐 뿐만 아니라 과학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이 약간은 부럽다. 나에게 과학 분야는 아직 미지의 세계이다보니 과학 분야에 있어서 나만의 관점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좋은 글을 읽었고 또한 책을 통해서 좋은 책을 소개받았다. 하지만 책 내용보다는 책을 읽는 자세를 배운 것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여러 사람마다 책을 선택하고 책을 읽는 방법이 다르다. 나는 평소 넓은 분야의 다양한 책들을 섭렵하기 좋아한다. 물론 이 말은 내가 모든 분야를 섭렵할 만큼 열심히 책을 읽지 않았다는 고백일 것 같다. 그리고 이 때문에 독서를 통해서 전문적 지식을 축적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어느 한 분야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었다면 내가 기존에 알고 있는 내용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도 단기간에 많은 지식과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좋은 책읽기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대한 내 평을 내린다면, 몇몇 독설을 제외한다면 독서를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번역자와 편집자에 대한 독설가는 화 있을진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