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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 대한민국 9가지 소통코드 읽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1월
평점 :
[서평] 강준만,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강준만의 글이다. 항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강준만의 글이다. 그리고 아무리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교수라지만 끊임없이 쓰고 또 쓰는 그 열정이 놀랍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읽는 강준만의 글이라 새롭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저자의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이 책은 저자가 논문으로 쓴 내용을 대중들이 읽기 편하게 고쳐서 쓴 글이다. 저자 자신은 이런 글을 ‘잡글’이라 표현하지만, 상아탑 속에 갇힌 그들만의 리그에서 쓰이는 글보다는 백배 천배 값어치 있는 글이라 생각한다.
문화정치학이라는 주제 아래 대한민국에 관한 9가지의 내용들이 실려 있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으며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을 저자는 다루고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내용들이 나와 있다. 1장의 빨리빨리 문화, 4장의 장례 문화, 8장의 혈서 문화와 같이 한국의 독특한 현상들이 깊이 있으면서도 어렵지 않은 글로 소개되어 있다. 또한 평등의식 속에서도 구별 짓기를 하는 한국 사람들의 수단으로 2장 아파트, 3장 자동차, 5장 전화, 6장 대학, 7장 영어 등의 내용이 다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부록으로 한국의 독특한 간판 문화가 소개되고 있다.
이러한 주제들은 오늘날의 한국 사람들이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는 문제들이다. 어려서부터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학원을 전전해야 하고, 대학에 가서는 취업하기 위해 영어를 비롯한 이른바 스펙을 쌓아야 하고, 취직하면 자동차라도 한 대 장만하고, 결혼하면 번듯한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 한다. 가끔씩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신기한 물건이 나오면 먼저 장만하고 싶어하는 것이 일반적 한국인의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런 생활들이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것일까? 한국이라는 사회에 매몰되어 모든 것을 당연하다고 수용해 버린다면 이 모든 것들이 정상적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잠시만 눈을 돌려 다른 나라를 보거나 다른 생각을 한다면 어떨까! 나는 긴 시간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미국으로 어학연수 다녀오는 사람들보다는 오랜 시간을 외국에 머물렀다. 처음에는 모든 것들이 신기했다. ‘똑같은 사람들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에 대해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내가 가진 생각과 행동이 결코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이건 하나의 큰 충격이었다. 나 자신과 우리나라를 외부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은 내게 주어진 평생의 큰 선물이었다. 단순히 한국이 좋고 나쁘기 때문에 칭찬이나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객관화하여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 나에게는 하나의 선물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상식 이하의 행동들을 당연시하는 사람들을 보면 외국에 몇 년씩 살다오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외국 나가는 것에 대해서 전적으로 찬성을 한다. 다른 세상, 다른 사회를 보고서 보다 객관적으로 자신과 대한민국을 바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보신 관광, 골프 관광 등으로 추태를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과 같이 우리나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오랜만에 강준만의 책을 공감이 가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앞으로 더 좋은 책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