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도시 - 사진으로 읽는 도시의 인문학 초조한 도시 1
이영준 지음 / 안그라픽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벌써 한 해가 마무리되어 간다. 이 책은 내가 2010년 아마도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될 것 같다. 예년에 비해 1년 동안 읽은 책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 책 읽기에 있어서 의미 있는 한 해였다. 나 나름대로 평가하자면 과거에 단지 책을 읽고 개인적으로 ‘좋다’, ‘나쁘다’ 느끼기만 하던 것에 비해 책을 읽고 독후감이나 서평을 쓰면서 독서 수준이나 글쓰기 수준이 높아졌다.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들어볼 수 있었던 것도 큰 성과였다. 독서라는 것이 아무래도 그 성격상 혼자서하는 활동이지만 인터넷을 통해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크게 느낀 한 해였다. 내년에도 나 혼자의 독서가 아닌 함께하는 독서를 통해서 더 좋은 글을 접하고 싶다.

 

이 책은 ‘사진으로 읽는 도시의 인문학’이라는 부제목처럼 사진을 중심으로 엮인 책이다. 그러다보니 글보다는 사진이 더 많은 페이지에 할당되어 있다. 그렇다고 화보집이나 사진집은 아니다. 글의 내용이 단순한 사진 설명은 아니고 사진과 관련된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사진책이라고 깔보고 덤볐다가는 뒤통수 맞기 딱 좋은 책이다. 사진이라는 것이 참 매력이 있다. 나도 ‘똑딱이’ 사진기 말고 제대로 된 카메라가 한 대 있다. 어깨너머로 사진을 조금은 배웠다. 단 한 장의 사진은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폭발적 힘을 지니기 때문에 그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동일한 사물이더라도 사진을 찍는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타나는 것이 사진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 속에는 찍는 사람의 견해나 관점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사진을 볼 때 중요한 것은 사진을 찍는 사람의 견해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도시’라는 주제로 사진을 찍으면서 단순한 아름다움이나 미적인 면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도시가 가지는 의미를 상징화한다는 측면에서 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부딪치는 장면이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 안에 담겨진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 속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보니 감정이입이 들어갈 수 있는 내용들은 거의 없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관찰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을 길러준다. 도시의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들은 삭막한 도시의 풍경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편안한 안식처로 보이기도 한다. 도시의 콘크리트 구조물은 회색빛의 괴물로 보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도시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중심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동일한 사물이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과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 책의 사진들이 한 순간에 나올 수 없는 것임을 잘 안다. 수년에 걸쳐 많은 답사와 많은 시간의 기다림과 우연한 행운들이 겹쳐져야마 이와 같은 사진이 나올 수 있다. 도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책을 내기까지의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내용뿐만 아니라 책의 디자인과 편집에서도 뛰어난 실력이 나타난 것 같다. 보통 단원을 넘어갈 때에 빈 속지는 백지로 지나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 면 전체를 자주색, 파란색, 주황색, 보라색으로 표현한 것이 시각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2010년 마지막으로 좋은 책을 읽게 된 것은 행운인 것 같다. 2011년 한 해 동안 읽게 될 책들을 기대하면서 올 한해의 독서활동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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