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단편소설 40 -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인물 관계도’ 수록, 개정증보판 수능.논술.내신을 위한 필독서
김동인 외 지음, 박찬영 외 엮음 / 리베르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동인의 배따라기(1921)’부터 윤흥길의 종탑 아래에서(2000)’까지 시대별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40편의 단편 소설을 엮어 놓은 책이다. 제목 앞에 중학생이 꼭 일어야 할이란 문구가 붙어있듯이 중학교 국어 시간에 배울 소설들을 엮은이가 모아 놓은 것이다. 40편이나 되는 소설을 해설까지 첨가해 책 한 권에 엮다보니 660페이지나 되는 묵직한 책이다.

 

머리말에 소설 선정 이유와 간단한 소설 소개가 나온다. 그다음에는 소설이 시대순으로 한 편씩 나온다. 소설의 앞부분에 저자 소개, 구성과 줄거리, 생각해 볼 문제, 인물 관계도가 나온다. 중학교 국어 참고서에서 소설을 설명하는 일반적 방식을 넣어 놨다. 그리고 소설을 발췌하지 않고 전문을 다 넣어 놨다. 그리고 어려운 어휘들은 괄호를 넣어 풀이를 해 놨다. 이걸 보면서 정말로 읽기 무난하게 만든 중학교 국어 참고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40편이나 되는 단편들에 대해 전부 독후감을 쓸 수는 없으니,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한 윤흥길의 종탑 아래서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이 소설은 2000년 출간으로 소개되어 있다. 소설에 한창 빠져서 읽던 시기는 1990년대이고 그 이후로 출간된 단편 소설들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다. 소설가 윤흥길에 대해서도 처음 들어봤다. 등단은 1960년대에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문열, 조정래와 같은 초대박 베스트셀러를 쓴 소설가가 아니다보니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그래도 단편 소설 40선에 선정될 정도이니 그냥 넘겨 볼 작품은 아니다 싶었다.

 

소설은 6.25 시기의 전북 익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화자인 최건호가 과거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부모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본 충격으로 눈이 먼 서울 여자 아이와의 순애보 아닌 순애보를 이야기하고 있다. 단편 소설답게 압축적이게 구성이 잘 짜여 있다. 전후 맥락을 잘 연결하여 앞 페이지 몇 장을 잘 넘어가면 소설 속으로 몰입될 수 있게 해 놨다. 현재와는 시간이 꽤 되는 상황이지만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확실히 글쟁이는 범인이 따라잡을 수 없는 글쟁이의 능력이 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이라는 상황에서 중공군을 섬멸하는 것과 궤멸하는 것의 차이가 뭐냐고 묻는 소설 속 상황이 어색하기만 하다. 그리고 황순원의 소나기를 연상시키는 시골 남자 아이와 서울에서 온 연약하고 아리따운 소녀의 관계는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성평등 사회를 넘어 페미니즘 사회로 변화하는 시대이다. 남자에게 의존적인 여자에 대한 순애보 아닌 순애보라는 소설 속 가정은 고리타분한 느낌이다.

 

오랜만에 읽은 한국 단편 소설집이다. 익숙한 제목의 소설이 다수이지만 종탑 아래서와 같이 처음 들어본 소설도 접했다. 소설의 매력이 무엇인지 아는 입장에서 소설을 자주 읽고 싶지만, 왠지 현실과는 동떨어진 딴나라이야기 속에 빠지는 상황이 유쾌하지만은 않아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끔씩 딴나라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40에 육박하는 2018년 여름을 이겨내는 좋은 방법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