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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안경 여드름 돼지
김희윤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7년 10월
평점 :
리뷰가 하나도 없었을 때 소개글 때문에 약간 고민하면서 구매했습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축구 이야기 싫어하시는 분들, 로맨스소설은 로맨스 위주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비추합니다. 로맨스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분량이 긴 편이 아닌데 곁다리 이야기들이 너무 많습니다. 특히 축구 이야기는 너무 자세해서... 월드컵이 메인 줄거리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프랑스 월드컵 경기장면이 나오는데 국가대표 엔트리 명단까지 모두 나올 정도입니다. 여기서 끝난 줄 알았는데, 한일 월드컵 이야기까지 나오는 걸 보곤 흐린 눈으로 지나갔습니다.
축구를 싫어하는 편은 아닌데, 로맨스를 보려고 구입한 책에서 축구 이야기가 너무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 같았습니다. 자세해서 실감나긴 하는데 분량 조절은 하셨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 자신감이 없는 건 넘어가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찌질하지만 생각은 있는 남주인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월드컵 열기를 이용해서 또래 소녀를 일부러 껴안으려는 모습에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복학해서는 술에 취했다는 것을 핑계로 여자 후배에게 러브샷 하기를 강요하고 혼자 남겨집니다. 덕구의 군중 속 고독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정이었다고 해도 당위성을 부여하기 힘든 지나친 설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유일하게 로맨스 요소가 있는 루비와의 관계도 갑작스러운 진전을 보여서 아쉬웠습니다. 전체 분량의 약 10%정도가 남았을 때 루비와 덕구가 약속을 잡는데, 갑자기 덕구는 루비에게 고백합니다. 그리고 루비가 덕구를 받아주는데, 루비는 덕구에게 왜 호감을 가졌는지 심리 변화가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로맨스가 있었지만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서술이나 묘사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월드컵이라는 소설 속 중요 소재를 통해서 덕구의 외로움, 세상과의 대비가 극대화되기도 합니다. 또 약자로서 덕구가 느끼는 열등감이 잘 드러나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만난 괴롭힘 주동자, 줄리아 할머니에 대한 독백은 세상살이에 대한 또 하나의 시각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로맨스소설보다는 덕구의 성장 이야기 같기도 했습니다.
사실주의를 지향하시는 작가님 같아서 필력은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로맨스소설에 맞는 로맨스 가득한 이야기 써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