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 - 모성, 글쓰기, 그리고 다른 방식의 사랑 이야기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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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splinters” (쪼개지다 깨지다 분열되다 갈라지다)이다. 저자는 자신이 겪은 결혼과 출산 이혼, 이혼 후 과정을 자신의 언어로 기술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모성신화라고 여겨지는 즉 엄마가 아이를 양육하는 아름다운 그림을 이 책에서 자기의 언어로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그려 나갔다.

이 책의 1부 젖(milk)에서 공감이 갔던 부분이 많았다. 저자가 아이를 갖기 전 자유함이 얼마나 좋았던가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모유수유를 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더 크게 와 닿았지 않았을까? 책에서 나온 저자가 겪었던 여러 상황이나 느꼈던 감정에 나 또한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나도 직장생활을 하며 아이에게 모유를 먹였기 때문이다. 저자가 모유를 유축기로 짜야하는 상황에서 장소를 찾기 힘든 부분을 읽으며 나 또한 직장에서 유축기를 가지고 젖을 편안하게 짤 수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던 경험이 되살아났다. 무엇보다 직장일을 하다 시간이 되면 젖이 불고 딱딱해 지면서 아픔을 느끼면서 아이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몸을 보며 아이에게 신선한 젖을 못먹이는 죄책감을 가졌던 시절로 돌아갔다. 물론 그 죄책감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둔 이유도 있지만 다시 한번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아마 그냥 모유를 아이에게 마음껏 먹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데리고 40번 정도나 비행기 여행을 하며 활동하는 저자를 보며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해나가는 추진력에 감탄하면서도 안쓰러운 맘이 드는 것은 왜 였을까? 아마도 출산으로 인해 후퇴되거나 일에서 낙오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되었다.

저자는 연인과 헤어지며 연인에게 내가 충분히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해요. 또 끊임없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노동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한다. 온전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랑을 꿈꾸는 저자는 순수한 사랑 그것은 판타지라고. 살아가며 상처받고 불안하고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결론을 맺는다.

저자는 딸에게 이혼 가정이라는 것을 주어서 미안하고 죄책감이 있었지만 세상의 아름다움은 모두 이미 때가 묻은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지금도 충분하다고 느낀다. 지금도 충분하지만 더 나은 것을 원해도 된다는 희망을 가지며 글을 마친다.

나는 저자와 함께 아이를 출산하고 어린 아이를 양육했던 시절로 돌아가 보는 뜻깊은 경험을 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이혼에 대해 이혼 후 아이를 혼자 키우는 것에 대한 아픔과 갈등, 저자가 또 다른 사랑을 할 땐 같이 설레기도 했다. 아이의 양육을 전 남편과 해야 할 때의 불안감이라던가 갈등에 공감하며 시간이 지나 양육을 함께 하며 한층 더 성장해 가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 또한 성장한 기분이 들었다.

저자의 양육에 대한 솔직하고 리얼한 상황 묘사에 감탄했고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을 여과없이 써 내려간 정직함이 나의 공감과 감동을 이끌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도 받아 쓰고 싶은 문장이 있어 써 보았다.

p.98 나는 선생이다, 나는 젖꼭지다, 나는 선생이다, 나는 젖꼭지다, 나는 선생이다, 나는 젖꼭지다.

때로 어머니로 산다는 것은 도저히 글로 쓸수 없는 일처럼 느껴져요그날의 학생 중 한 명이 내게 말했다. “너무 따분한 일이잖아요.”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이상, 이 세상에 따분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내가 말했다. 모두가 그 말을 받아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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