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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국경제 침략사 - 쌀·금·돈의 붕괴
김석원 지음 / 한길사 / 2022년 11월
평점 :
『일본의 한국경제 침략사』는 김석원 교수가 농업경제학의 태두이자 본인의 조부이기도 한 김준보 선생의 유고를 재구성한 저서이다. 책은 한 세기 전 조선(한국)을 수탈했던 침략자의 민낯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저자는 특별히 쌀, 금, 돈 등 세 가지 요소에 주목해 일본이 조선 경제의 뼈대를 어떻게 잠식해갔는지 다양한 통계 데이터에 기초한 논증을 시도한다. 그러한 경제 침략은 단순히 30여 년의 식민지기에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 개항기부터 주도면밀하게 기획돼왔음을 알 수 있다. 따지고 보면 1876년 강화도조약을 통한 조선의 개항 자체가 일본의 생존을 위한 처사였다.
깊이 있는 연구서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널리 읽힐 수 있는 대중서로서의 조건을 갖추었다. 제법 오래전에 학계의 소수 일파가 제기한 ‘식민지 근대화론’은 최근 ‘반일 종족주의’ 담론과 결합해 대중적 위세를 떨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 논점의 허구와 모순을 논박하는 데 분명 유용한 참고서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사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밝혔듯이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라는 명제는 당연하다. 조선을 개항시키고, 부분적 이권을 침탈하고, 거기에도 만족 못 해 아예 직접적인 식민 통치에 뛰어든 일제가 누구의 이익을 우선시했는지는 자명하다. 물론 조선의 근대화 이행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나, 그 역할을 절대시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이야기다.
책을 읽고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하나는 일제가 자행한 악행의 나열이 ‘일본 나빠’로 단순하게 수렴되면 곤란하다. 애국 내셔널리즘에 기반한 반일/혐일 정서는 오늘날 군국주의 부활을 기도하는 일본 위정자가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
다른 하나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반대하여 지나치게 ‘내재적 발전론’을 강조함으로써 조선 조정의 실책과 사회의 병폐가 축소 내지 은폐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고종이 근대적 계몽 군주로 재인식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역사를 기억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왜 그렇게 속수무책 당했을 수밖에 없었는지 자성(自省)하는 것이야말로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 지름길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