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 도심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 빈부격차
리처드 플로리다 지음, 안종희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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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이후 다시 재편된 노동 가치의 분리로 인해 도시 안에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저자는 도시와 도시 밖이라는 공간에 주목하면서도 그 안에 있는 ‘사람‘에 집중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는 분리되지 않고 ‘연결‘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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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 도심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 빈부격차
리처드 플로리다 지음, 안종희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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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락거지'. 가만있다가 벼락부자가 되는 경우만 있었던 우리나라에 '벼락 거지'가 되는 경우가 생겼다. 2년 전 부동산 폭등 때 집, 특히 서울 및 수도권에 집을 가진 사람들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여 집이 없는 사람들과 격차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졌었다. 집 없는 사람은 갑자기 거지가 된 꼴이다. 일부 사람들은 '패닉바잉'. 급한 대로 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기 시작했고 대출금리가 뛰자 '영끌거지'가 되었다.

나는 당시 지방에서 월세로 열 평이 조금 넘는 오피스텔에 살고 있을 때였다. 집으로 배달되는 A 신문 1면에는 매일같이 집값이 폭등한 사람들의 갑자기 오른 세금이 엄청난 사회적 문제라며 난리였다. 지방에서 집도 없이 사는 나의 존재는 세상에서 지워진 듯했다.


도시와 농촌이라는 개념에서 이제는 도시밖에 남지 않은 것 같은 인구 집중화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인 35억 명이 도시 지역에 산다고 한다. 저자는 현재 세계에서 공통적인 현상인 도시화와 그 위기에 대해 짚어나간다.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의 원제는 The New Urban Crisis.

그는 직업 운동선수와 슈퍼스타 간의 엄청난 연봉 격차만큼 슈퍼스타 도시와 그 외의 도시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가장 높은 수준의 혁신을 창출하고 가장 많은 글로벌 자본과 투자를 통제하고 끌어들'이는 승자독식형 도시들이 몸집을 불리고 있다. 그리고 그의 연구소에서 매긴 세계의 슈퍼스타 도시에 1위인 뉴욕, 8위인 서울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은 확실히 슈퍼스타 도시이며, '서울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경제적 지대(rent)는 기본적으로 실제적인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유발되는 특별한 이익'이며 부동산 가격이 폭등함으로 인해 지주인 도시 임대업자들은 이런 이득을 얻고 있다. 한 경제학자는 '경제적 부를 빨아들이는 것은 지나치게 많은 기업이 아니라 토지 소유자'라고 했다고 한다.

게다가 '음악, 시각예술, 연극, 무용' 등과 같은 창조산업마저도 슈퍼스타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창조산업을 하려면 슈퍼스타 도시로 가야 한다. 이로 인해 그 외 지역 사람들은 소외를 받게 된다.

그러나 슈퍼스타 도시에 거주한다고 해서 동질적인 수준인 것은 아니다. 대도시일수록 소득불평등이 나쁘다. 실제로 내가 스무 살에 서울에 갔을 때 지방에선 보지 못했던 엄청난 숫자의 노숙자, 구걸하는 사람들, 길거리 잡상인들을 보았다. 또 내 또래의 젊은이들이 처음 보는 외제차를 끌고 창문을 내리고 일부러 사람 많은 인파 속으로 파고들며 으스대는 모습도 놀라웠다. 대부분 회사원 혹은 자영업인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다들 동질적으로 살았기 때문에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저자는 지적한다. '오늘날 미국에서 경제적 불평등은 곧 공간적 불평등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는 점점 다른 공간과 세계를 점유하고 있다. '라며, '가난한 사람들의 경제적 분리의 결과는 대단히 파괴적이다' '만성적으로 가난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경제적 자원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상향 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회적, 경제적 제도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은 실제로 그들의 빈곤이 대를 이어가며 고착되게 만든다. '라고 말이다. 또 이러한 '소득 분리는 가장 부유한 지역에 의해 이루어진다.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분리적인 행태를 보인다. 부자들은 경기를 관람할 때 전용 고급 좌석을 차지하여 붐비는 옥외 관람석에 앉은 대중들과 자신을 분리한다. '라고 한다. 그리고 그 밖의 사람들은 그것이 당연한 성공의 결과로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히 지역적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면, 그것은 훨씬 쉬웠을 것이다. 그는 계층을 세 가지로 나눈다. 고임금 창조계층, 저임금 및 취약한 서비스 계층, 순위가 떨어지고 있는 노동계층.

'이러한 종합적인 직업 분리 패턴은 세 계층 중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은 창조계층의 위치에 의해 형성된다. 즉 창조계층은 구성원은 돈이 더 많기 때문에 주거할 지역을 선택할 능력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장 좋은 지역을 선택하고 가난한 두 계층을 다른 곳으로 몰아낸다.'

여기까지 읽다 보면 상당히 울적하다. 갈수록 서울과 비서울, 서울 내에서도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는 현상을 바라만 본다면 현대판 카스트제도의 고착화나 다름없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다. 그의 소제목을 옮기자면 '유익한 일자리 클러스터를 만들어라', '도시의 밀도와 성장을 위해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라' 등 마지막 챕터 전체를 할애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까지 당부한다. '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사회통합적인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성공적으로 열 것인지, 아니면 점점 심해지는 불평등과 계층 분리의 희생자가 될 것인지 결정'될 것이라고. 자세히 알고 싶다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그가 묘사한 도시 발전 양상과 현 시대의 도시 내 계층 문제에 대한 진단은 너무나 면밀하고 탁월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도시기획 담당자들, 그리고 도시에 사는 지구 인구의 절반인 35억 명 중 하나인 우리들이 필독하길 권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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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패전사 이야기 - 유튜브 채널 패전사가 들려주는 승리 뒤에 감춰진 25가지 전쟁 세계사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윤영범 지음 / 북스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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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삶이었던 20세기 사람들의 피의 역사. 하지만 정말 이해하기 쉽게 잘 쓰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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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패전사 이야기 - 유튜브 채널 패전사가 들려주는 승리 뒤에 감춰진 25가지 전쟁 세계사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윤영범 지음 / 북스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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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는 어떤 세기였을까.
감히 광기의 20세기라도 해도 될까.

나는 지난 2월 세계사능력검정시험을 치르며 세계사 전반에 대한 공부를 했었다. 수능 교재로 공부를 해서 그런지 종이 위의 역사는 점을 몇 번 찍고 지나가버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같은 사건을 다른 면으로 본 이야기도 궁금한데?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저자인 윤영범 님은 방송PD이며 유튜브 채널 패전사를 운영중이라고 한다. PD의 특징, 방대한 정보에서 집중해야할 것만 쏙쏙, 편집에 능하다. 그가 능수능란하게 편집한 20세기의 주요 패전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덮으며 참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낭중지추라고, 숨길 수가 없다니깐. 그 능력은.

책은 1900년부터 1949년까지의 1부,1950년부터 1999년까지의 2부로 나뉘어져있다. 그리고 처칠이 총리였던 시절부터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고 있는 현 시점까지 언급이 되어있는데 책 한 권으로, 한세기의 역사를 다 읽은 느낌이다. 지금 각 나라간의 미묘복잡한 관계도 EBS수능세계사 과목보다 이 책 한 권으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각 전쟁마다 당시의 지도부와 주변국의 상황을 알려준다. 어떻게? 유튜브처럼!

책이 멀어진 요즘, 많은 사람들은 정보를 유튜브에서 얻고 있다. 내 남편이 즐겨보는 슈카월드도 그런 방송인데, 이 '패전사'는 역사계의 슈카월드 느낌이랄까? 처음에는 종이 위에 인쇄된 '떡실신', '박살나고', '신나게 두들겨 맞고' 등의 표현으로 국가간의 전쟁을 표현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하지만 읽다보면 정말 옆에서 PD아저씨가 신나게 설명하는 말투라 더욱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상황묘사가 굉장히 현장감이 넘쳐 나도 당시 작전실에 있는 참모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무려 29개의 전투가 어떻게 패했는지 한 권에 담았다. 지금 우리가 쓰는 단어들의 어원이 20세기의 전쟁이었다니. 마지노선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보라. 아마 당신이 아는 것과 조금 다를 수도 있으니까.

나는 전쟁이 싫다. 군인가족이 되고나서는 더더욱 싫다. 뉴스에서 그런 비슷한 뉴스만 나와도 속이 답답하다. 가족구성원 한명의 안위는 가족 전체와 연결된다. 이 패전사 속에서 숱하게 죽어간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었다. 솜 전투에서는 영국군 42만명, 프랑스군 20만명, 독일군 50만명의 사상자가 나왔다고 한다. 그들의 가족인 100만이 넘는 가정이 고통받고 붕괴되었을 것이다.

많은 패전사 중 아프리카의 줄루왕국과 미국의 원주민 이야기가 특히 가슴아팠다. 물론 책에 나온 얘기는 영국이, 미국이 그들에게 패전한 이야기다. 그러나 승리는 더 큰 보복으로 돌아온다. 세계사를 공부할 때도 식민지를 확장해가는 열강들의 모습을 보며 분노했었다. 특히 그 비열한 접근법(그걸 배운 일본이 그대로 우리에게 강화도 조약으로 답습하는..)이 혐오스러웠다. 왜 독일은 유럽에 사과하고 유럽인들은 숱한 식민지국에게는 사과하지 않을까. 오래된 일이라서?

이미 알고 있겠지만, 류성룡의 '징비록'은 다시는 임진왜란과 같은 일을 겪지 않기 위해 쓰여졌다. 우리는 '패전사'를 알아야한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소설보다 더 유명한 첫 문장을 인용하겠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나는 전쟁세대가 아니지만, 나의 할머니는 한국전쟁세대였고 나의 어머니는 전후세대였다. 그들이 폐허가 된 조국에서 생존을 위해 달려왔고 전쟁이 끝난 뒤 여진처럼 번지는 숱한 부작용들을 우리 사회는 보아왔다. 전쟁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더욱 전쟁을, 패전사를 알아야 한다. 한 권으로 한 세기를 훑을 수 있고, 누구보다 이해하기 쉬운데다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자세히 알까 싶은 이 PD님의 책을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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