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곡곡 사람냄새
김주대 지음 / 시와에세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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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냄새는 김주대 시인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만나면서 풍경이 되어 자신을 돌아본 것을 시와 산문으로 펼쳐본 책이다. 시인은 풍경에 완전 동화되어 몰입하는 것을 자신을 놓아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타인에 동화되고 자신을 놓아버려서 시인이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아집과 경쟁과 독선으로 살아가는 각박한 사람들 가운데서 사람냄새 맡기를 그리워했던 것같다

 

이 책의 특별함은 시인이 방랑끼가 있어 짧게는 며칠씩 길게는 몇 달씩이나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진한 대화를 나눈 것을 글과 그림으로 그린다는 것이다. 시인의 여행은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좀 더 깊고 넓은 사유의 폭을 경험하는 수단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시인은 사람들과 온 몸으로 부딪히면서 그들의 깊은 곳에서 나오는 삶의 이야기를 길어서 마음으로 듣고 싶은 것이다. 돈많은 사람들에게는 여행이 풍요로울 수 있다. 하지만 그리 넉넉하지 않은 시인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여행가서도 자신의 궁상맞은 모습을 감추지 않는다. 그래서 그 속에서 나오는 글과 그림들이 관념적이지 않고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같다. 시인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진정성을 담아내기 위해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는 것같다.

 

시인에게도 많은 걱정이 있는가보다. 끼니를 거르면서도 몇날며칠씩 글과 그림에 매달리다보면 자신을 괴롭히던 온갖 세상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니. 잊으려고, 무서워서, 두려워서 그리고 써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안 하게 되고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정신적 산만함, 황폐함, 고독이 다른 사람들보다 큰 공간을 차지하는가 보다. 그에게 창작은 그의 삶을 지탱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그냥 마음이 가는대로 그리고 쓰는 것이다. 창작의 고통이 없을리 없지만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것 그것이 시인의 행복이다. 마음이 흘러가는대로 살아가는 것이 누구에게나 쉬운 것은 아닌 것이다.

 

시인의 에세이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간판 하나를 보아도 그 집안의 남편과 아내, 자식의 생각들을 읽으며 재미와 감동까지 곁들인 에세이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게 하며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시인이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연들이 있다. 시인이 가난하게 자랐고 그런 서민들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 탓이다. 시인의 어머니의 삶을 그려낸 글들이 마음을 울린다. 시인은 어머니의 영향 탓일까? 여자인류라고 칭하며 삶이 주름잡힌 여인의 삶의 자세를 찾아 천리를 간다고 한다. 사람냄새가 그리워 천리를 가서 자신이 풍경이 되어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그 마음이 한 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한다. 여인이나 사내가 시인에게 무장해제당하고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 시인의 장점이고 시인의 사람냄새이다. 시인은 능글능글하면서도 재미와 유머스러움이 거리를 좁히며 그에게 다가가게 한다. 시인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고민하며 살지만 팍팍한 인생에서 유머의 맛을 잃지 않는 넉넉함 또한 보여준다.

 

시인에게 부러운 것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시가 되고 그림이 된다는 것이다. 시인이 느끼는 감수성과 표현력이 부럽다. 시와 그림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담고 생각을 길어내 표현하는 상상력의 시간들을 시인은 심장이 뛰고 살이 떨리는 희열과 고통을 동시에 맛본다고 말한다. 희열과 고통의 시간을 통해 시인은 자신을 내려놓고 자유와 해방의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은 끊임없이 삶을 묻고 인생을 묻고 문학이 무엇인지 묻고 자신에게 시와 그림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삶을 끌어안고 있다.

 

스님과 십년째 만남을 이어오면서 같이 밥을 해 먹으며 사흘밤낮을 꽃피우는 인생과 문학 이야기, 목욕탕 주인과 때밀이 아저씨와의 정치 이야기. 동해 여인숙에서 풀같은 할머니와의 농담어린 대화. 아들과의 대화, 어머니와의 대화, 강릉에서 만난 두 여인 이야기, 자살하려던 여자와의 대화 등 그 외에도 셀 수 없는 만남들 속에서 시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문학과 세상, 정치, 인생을 표현하며 사람다움이 무엇인지 말하고자 한다.

 

시인이 꿈꾸는 세상이란 지극히 소박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일한 만큼 보상을 받으며 다같이 함께 어깨동무하며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일 것이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청년들이 헬조선하고 싶은 나라가 아니라, 돈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나라가 아니라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나라에서 사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오늘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사람을 그리워하며 사랑하기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글과 그림이 상투적이지 않기 위해, 김주대 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새로운 글과 그림에 도전하는 그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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