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오토바이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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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오토바이'

왜 책 제목이 '아버지'도 아니고 굳이 오토바이를 붙여야 했을까.

책 표지에는 아들로 보이는 사람이 아버지의 가슴을 꼬옥 겨안고 얼굴까지 파묻고 있다.

아버지의 얼굴엔 깊은 주름도 감춰버릴 듯 잔잔한 미소가 떠오르며

발 아래 '라면'과 '인삼비누'가 떡하니 놓여있다.

처음 책을 집어든 사람이라면 이 그림이 그리 크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모두 읽고 난 뒤 이 그림을 이해하게 된다면, 울컥 눈물이 쏟아지느라 혼이 날 것이다.

내가 바로 그러했으니 말이다.

 

얼마 전,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던 '어머니'에 관한 책을 접하며 가슴 저려오는 감동에, 충격에

한동안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새삼 나의 어머니를 더욱 아끼자는 교훈을 얻게 되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알게 된 '아버지의 오토바이'.

그러고 보니, '아버지'에 관한 감동적인 책은 오랫만인 듯, 아니 처음인 듯 하다.

실제로도 친구처럼 스스럼 없이 지내는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사랑의 깊이는 같다 하더라도,

가까우면서도 왠지 어색하고 딱딱하고 서먹하고 약간은 어려운, 하늘처럼 높아보이는 존재인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나서 '어머니' 못지않은 '아버지'의 깊은 사랑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시헌.

술집 겸 도박장을 운영하던 그가 자동차가 드문 지방도로 아래 배수로에서 외상이 심한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워낙 시신의 상태가 심각하니 살인사건으로 의심을 사게 되고 형사들이 등장한다.

엄시헌에게는 아들이 둘 있었는데, 첫째 아들인 엄종석은 여러가지 병들이 겹쳐서 이십 오년 가까이 병원에서

갇혀 지내고 있고, 둘째 아들인 엄종세는 회사 안에서 큰 프로젝트를 시도하다 실패하고 육 개월 가까이

아내와 자식들에게 비밀로 한 채 퇴사한 상태로 어렵게 지내던 상태였다.

죽은 아버지 엄시헌이 남긴 보험금과 통장의 돈, 땅문서 등의 법적 상속인이란 정황과 회사 퇴직의 이유로

둘째 아들 엄종세가 용의자로 주목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아들 엄종세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며, 형사들의 주목을 받으며, 돌아가신 아버지의 동료였던 장기풍이란 사람과의

여러 대화를 통해 그동안 자신이 모르고 있던 사소한 부분까지 ,아버지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비록 정의롭지 못한, 부도덕한 삶을 살기까지 한 아버지의 모습에 실망을 하긴 했으나 과연 손가락질 할 수 있을런지!

이 책을 읽어가면 갈수록 아버지의 진심과 사랑에, 겉잡을 수 없는 감동이 살며시 밀려와서 코끝이 찡해졌다.

'아버지의 오토바이'가 그의 삶에 어떤 의미였는지 형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 결말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병원에서 죽을 날만을 기다리며 지내는 형을 찾아나서며 새로운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를 더더욱 그리워하게 되는 엄종세.

그의 뒤늦은 후회와 눈물 속에서 아버지의 힘들고 고단했던 삶속에서 아들을 배려한 따뜻한 사랑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 아버지!!!

같은 부모인데도 나 스스로도 어머니와 아버지를 은근히 차별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

처자식이 굶지 않기 위해 억척스럽게 삶을 살아가는 이세상 모든 아버지의 굵은 주름 앞에서

어찌 그리도 따뜻하게 감싸안으며 아버지 품안에서  살갑게 대해지지가 않았던지 후회가 되었다.

오늘은 어머니보다 아버지의 휴대폰 번호를 먼저 누르고 연락을 드려봐야겠다.

자식으로 당연히 받을 권리라고 여겼던, 당신의 무뚝뚝함에 감춰진 깊은 사랑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우리의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 된 자의 손은 궂은일과 마른일을 가리지 않는다.

  자식의 머리를 쓰다듬는 아비의 손과 궂은일을 하는 손은 별개가 아니다.

  너도 이제 아버지가 됐으니 네 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가리지 마라.

  그리고 네 손이 하는 수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마라.

  아버지 된 자, 남편 된 자가 처자식을 먹이고 입히는 일은 칭찬이나 상받을 일이 아니다.

  네 처자식이 네 평생의 상장임을 잊지 마라. 

  p. 166 ( 엄종세가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아버지가 보낸 축하편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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