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의 아빠는 항상 우울한 표정이어야 한다. 십자가를 지고, 고통의 마스크를 써야 한다. 농담을 하거나, 장난을 쳐서도 아니된다. 장애아의 아빠는 웃을 자격도 없다. 웃는다는 것은 최고로 눈치 없는 행동일 테니까 말이다. 장애아를 둘이나 가진 아빠에게는 이 모든 조건이 곱빼기가 된다. 장애아를 둘이나 가진 아빠는 곱빼기로 슬픈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운이 없는 사람은 운이 없는 사람의 모습을 해야 하며, 또 불행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살아가는 지혜이다.
하지만 나는 살아가는 지혜를 자주 잊곤 했다. -48쪽
토마가 혼자 옷을 입어보려 한다. 벌써 셔츠 하나를 걸쳐 입었다. 하지만 토마는 단추를 채울 줄 모른다. 이제 토마는 스웨터를 입으려 하고 있다. 구멍이 난 스웨터이다. 토마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 목 부분으로 머리를 집어넣는 대신 토마는 스웨터에 난 구멍으로 머리를 담아보려 애쓴다. 하지만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스웨터에 난 구멍은 고작 5센티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말이다. 토마는 우리가 자신의 모습을 보며 웃기 시작했음을 알아차렸다. 아이가 도전할 때마다 구멍은 자꾸 커져만 간다. 토마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웃으면 웃을수록 더 용기를 내어 도전에 도전을 반복한다. 10분이 지났고, 드디어 토마는 성공을 거뒀다. 환한 토마의 얼굴이 스웨터 밖으로 빠져나왔다. 스웨터에 난 그 구멍 밖으로. 그렇게 개그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