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모노클 읻다 시인선 14
사가와 치카 지음, 정수윤 옮김 / 읻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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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읻다 #읻다출판사 #읻다서포터즈 #넘나리 #도서제공 #서평도서

📖 사가와 치카, 『계절의 모노클』 (230924~231015)

❝ 별점: ★★★★☆
❝ 한줄평: 시들은 생생히 움직이는 하나의 풍경이 되고
❝ 키워드: #계절 : 봄, 여름, 가을, 겨울 | #밤 #바다 #사랑 #삶 #죽음 #순환 #장송곡
❝ 추천: 시집 한 권에 담긴 사계절 같은 시인의 생애가 궁금한 사람, 밤을 사랑하는 사람

❝ 그것은 계절처럼 흘러가는 인생이었다. ❞
/ 옮긴이의 말 | 바다로 내달려 발광하라 (p.195)

📝 (23/10/16) 시집을 다 읽고 나서 ‘계절의 모노클’이라는 시집의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시들을 읽는 동안 사계절의 풍경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보다, 한쪽 눈으로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총 4부로 되어 있는 시집은 시인의 생애 첫 시와 마지막 시로 시작하고 끝을 맺으며, I는 봄, II는 여름, III는 가을, 그리고 IV는 겨울을 느낄 수 있는 시들로 구성되어 있어 시집과 함께 사계절의 흐름, 그리고 시인의 삶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시를 읽으며 우리는 ‘장미를 흩뿌리는 봄’(「눈을 뜨기 위하여」)을 지나 ‘태양의 뜨거운 시간을 기다리는’(「대화」) 여름을 건너 ‘추억이 버려지듯이, 잎사귀에서 멀어지는 나무’(「잠들어 있다」)들이 가득한 가을을 통과해 마침내 ‘이파리 한 장 없는 마른 나뭇가지가 위로 쭉 뻗어 있는 벌거벗은 숲’에 모두가 ‘천천히, 천천히 점점 더 깊은 잠에 빠지’(「겨울의 초상」)는 겨울에 도달한다. 하지만 겨울의 끝은 봄의 시작이듯, 계절은 돌고 돌아 겨울에 죽어 있던 것들을 다시 되살려내는 봄을 맞이하며 끝없이 순환한다.

밤과 달에 관심이 많았던 시인. 밤을 좋아했던 시인. 시인은 산문 <나의 밤>에서 ‘세상 모든 것은 밤의 어둠 속으로 녹아들고, 나의 귓가에는 바늘로 집듯이 시간이 흘러갈 뿐’(p.188)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밤의 시간도 영원하지는 않고, 태양이 뜨고 낮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사계절, 밤과 낮, 그리고 죽음과 삶에 있어서 시작과 끝의 구분은 무의미하지 않을까. ‘계절처럼 흘러가는 인생’에 우리는 결국 죽음이라는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겠지만, 우리 또한 자연의 일부가 되어 끝없이 순환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듯한 하나의 풍경이 되는 시들을 읽으며 삶과 죽음, 계절과 순환에 관해 사유해 볼 수 있었다. 원문이 함께 실려 있으나 일본어를 알지 못해 원문과 함께 번역을 음미할 수 없어서 아쉽다. 이 아름다운 시집, 그리고 아름다운 시인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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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중이 나를 떠나 망각의 구멍 속에 되돌려 놓는다 이곳 사람들은 미쳐 있다 슬퍼하는 것도 말을 거는 것도 의미가 없다 눈은 녹색으로 물들었다 믿음은 불확실해지고 앞을 보는 일은 나를 초조하게 한다

내 뒤에서 눈을 가리는 것은 누구인가? 나를 잠에 빠뜨려다오.
/ 「녹색 불꽃」 (p.65)

❝ —무거운 리듬 아래 깔려 있는 계절을 위해 신은 손을 들리라. 일렁이는 파도가 기어 나오는 해안선에는 소금 꽃이 피었다. 세상 모든 생명의 율동을 갈망하는 고풍스러운 건반은 먼지투성이 손가락으로 태양의 뜨거운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 「대화」 (p.99)

❝ 붉은 소요가 인다

저녁이면 태양은 바다와 함께 죽는다. 그 뒤를 따라 옷이 흐르지만 파도는 잡을 수 없다.
/ 「낙하하는 바다」 (p.117)

❝ 밤눈에도 하얗게 떠오른 눈길, 그곳을 지나간 사람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 눈은 금세 몇몇 사람들의 발자국을 지워버린다. 죽음이 그 근처에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몰래 다가와 하얀 손을 흔든다. 죽음은 짙은 발자국을 남기고 지나쳐 갔다. 상냥했던 사람의 시체는 어디에 묻혔을까. 우리의 잃어버린 행복도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 아침, 눈 덮인 지상이 아름다운 것은 그 때문이었다. 우리의 꿈을 파내는 것만 같은 삽 소리가 들린다.
/ 「겨울의 초상」 (p.151)

❝ 그날,
하늘은 소년의 살결처럼 슬프다.
영원은 우리 사이를 갈라놓는다.
저 너머에서 나는 여러 개의 영상을 놓쳐버린다.
/ 「순환로」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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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I
✎ 「푸른 말」
✎ 「아침의 빵」
✎ 「오월의 리본」
✎ 「초록」
✎ 「눈을 뜨기 위하여」 ⛤
✎ 「꽃 피는 드넓은 하늘에」
✎ 「봄」 ⛤
✎ 「별자리」
✎ 「전주곡」 ⛤

II
✎ 「기억의 바다」
✎ 「녹색 불꽃」 ⛤
✎ 「The street fair」
✎ 「꿈」 ⛤
✎ 「대화」 ⛤
✎ 「단편」
✎ 「여름의 끝」
✎ 「구름의 형태」
✎ 「Finale」

III
✎ 「잠들어 있다」
✎ 「낙하하는 바다」 ⛤
✎ 「태양의 딸」
✎ 「계절의 모노클」
✎ 「종이 울리는 날」 ⛤
✎ 「검은 공기」
✎ 「녹슨 나이프」 ⛤

IV
✎ 「산맥」
✎ 「겨울의 초상」 ⛤
✎ 「순환로」 ⛤
✎ 「계절」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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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금지 소년 금지 천사 금지 문학동네 시인선 188
육호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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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 #문학동네시인선 #188

📖 육호수, 『영원 금지 소년 금지 천사 금지』 (230914~230922)

❝ 별점: ★★★☆
❝ 한줄평: 금지된 영원, 소년, 천사를 넘어
❝ 키워드: #꿈 #현실 #세계 #빛 #어둠 #거울 #벽 #영원 #소년 #천사 #금지 #어항 #죽음 #밤
❝ 추천: ‘시와 꿈은 닮아 있다’는 말이 궁금한 사람

❝ 속수무책으로 어두운 방에서 어둠인 문장들은 우두커니로 밝았지 ❞
/ 「망명」 (p.110)

🪨 시인의 말

언젠가 거듭 작별하는 꿈에서 너는
손 위에 검은 돌멩이를 쥐여주며 말했지

“새를 잘 부탁해. 죽었지만”

2023년 3월
육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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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9/23) 3부로 이루어진 시집의 시작과 중간, 마무리에 Prelude와 Interlude, 그리고 Postlude까지 들어가 어쩐지 한 편의 음악 같다는 느낌도 드는 시집이었다. 현실보다는 꿈, 특히 악몽을 헤매고 있는 것 같은 시들이 몽환적으로 느껴졌다.

빛과 어둠, 꿈과 현실, 그리고 금지된 ‘영원’, ‘소년’, ‘천사’. ‘시를 쓸수록 악몽이 진화하’지만(「고락푸르행 따깔 티켓」), ‘다 그만둬도/꿈을 그만둘 순 없고/다 포기해도/꿈에선 포기할 수 없’고(「등 뒤에 바보라 쓴다 해도 나는 바다로 알 거야」), ‘살아야 하는 이유가 아주 많이 필요해서 쓴다.’는 (「시론에는 원고료가 없고」)는 화자. ‘밤과 아침을 포개어두어’ ‘영원과 하루가 나란한’(「나란히」) 것처럼, 금지된 ‘영원’, ‘소년’, 그리고 ‘천사’를 넘어 현실과 꿈도 언젠가는 나란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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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혹시 고사리 장마라는 말, 아니? 이곳에선 봄장마를 고사리 장마라고 한대. 난로 앞에 앉아 산책길에 묻어온 그늘들을 말리고 있어. 구름이 세상을 기어 건너는 계절이야. 지나가지 않는 과거의 기억들을 사라지게 할 수 있겠냐고 내게 물었었지. 그렇게 묻는 너의 표정을 떠올리면, 눅눅한 보라색 벽지 속으로 어제 보았던 별과 해변이 동시에 스며들어. 나의 흐린 대답들은 오래전 이곳에 마침표를 똑똑 찍으며 사라졌어. 비 오는 바다 위로 비가 내려. 고사리들이 사람 키만큼 자라나 사람의 이야기를 숙덕일 것 같은 밤이야. 미안, 오늘 시작되는 말로만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
/ 「고사리 장마」 (p.23-24)

❝ 웅얼이며 어른거리는
가루눈 그림자들을
시간의 노이즈로 이해해보지만
나는 시간을 잘 모르고
하늘에서 얼굴로 다가오는
눈송이를 바라볼 때면
어디론가 날고 있는 기분이 든다
/ 「영원 금지 소년 금지 천사 금지」 (p.137)

❝ 이 마음은
꺼내 볼 때마다 다른 것이 되니까
마지막에 딱 한 번만 꺼내어 마주보기로 했지

그래서 네가 나타나면
유일한 마음과 함께 끝나는
꿈의 마지막이었다
/ 「접속—함께」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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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Prelude
✎ 「희망의 내용 없음」

1부 | 면벽중에 벽을 잃어
✎ 「물끄러미, 여름」
✎ 「다나에」 ⛤
✎ 「고사리 장마」 ⛤
✎ 「장마」
✎ 「부레」
✎ 「자정의 기도」
✎ 「쉴 만한 물가」 ⛤

Interlude
✎ 「하다못해 코창에서 스노클링을 하다가 말미잘을 보고도 네 생각이 났어」

2부 | 스스로에게 배웅하는 법을 배울 때까지
✎ 「고향, 잠」
✎ 「겨울의 예외에서」
✎ 「고락푸르행 따깔 티켓」
✎ 「등 뒤에 바보라 쓴다 해도 나는 바다로 알 거야」
✎ 「시론에는 원고료가 없고」 ⛤
✎ 「신호 대기」

3부 | 벽을 닦아 거울을 얻어
✎ 「나란히」
✎ 「망명」 ⛤
✎ 「정오의 비틀림과 오후의 뒤틀림, 자정의 흐느낌과 새벽의 헐떡임」
✎ 「산티탐 프렌드」
✎ 「벽을 닦아 거울을 얻어」 ⛤
✎ 「영원 금지 소년 금지 천사 금지」 ⛤
✎ 「접속—함께」 ⛤

Postlude
✎ 「순진한 의인화—소돔의 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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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인공지능을 만나다 - 진화학자가 바라본 챗GPT 그 너머의 세상 아우름 56
장대익 지음 / 샘터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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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터 #샘터사 #도서제공 #물방울서평단

📖 장대익, 『다정한 인공지능을 만나다』 (230919~230920)

❝ 별점: ★★★★
❝ 한줄평: 문명을 지속하고 진화시키는 힘은 ‘ㄸㄸㄸㄸ(똑똑하고 따뜻하게)’!
❝ 키워드: #아우름 #인공지능 #AI #장대익 #진화학자 #인문교양 #다정한인공지능을만나다 #챗gpt #호모사피엔스
❝ 추천: 인공지능 등 새로운 존재와 더불어 살아가는 새로운 미래에 관심이 많은 사람

📝 (23/09/20) 최근 챗GPT를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인공지능에 관심이 생겼는데 ‘다정한 인공지능’이라는 표현은 뭔가 새롭게 느껴져 이번 샘터 물방울서평단 세 번째 서평 도서로 인문교양시리즈 아우름 56 『다정한 인공지능을 만나다』를 선택했다. 아우름은 ‘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 답을 담는 인문교양 시리즈’라고 하는데, 여는 글과 총 4장으로 이루어진 본문, 그리고 닫는 글까지, 알찬 강연을 하나 듣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저자 장대익 교수는 진화학자이자 과학철학자로, 청소년도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에서 인류의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진화적 관점, 인문학적 관점 등 다양한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셔서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포인트들을 정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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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는 글 | 챗GPT 시대의 미래 지도
*‘지구의 정복자’ 사피엔스의 성공 비밀은 독보적 똑똑함과 사회적 지능(따뜻함), 두 가지 모두 있어야 문명이 계속 진화할 수 있음

🤖 1장 | 챗GPT, 인공지능 시대의 서막?
*미래에는 사피엔스뿐만 아니라 AI 로봇(안드로이드 로봇), 유전자 조작된 인류, 사이보그 등 다양한 존재와 살아가게 될 것
*더 이상 정보나 지식을 찾는 ‘검색의 시대’가 아니라 ‘지식 생성의 시대’, 정보와 지식을 융합하는 능력이 중요한 통찰의 시대, 통섭의 시대가 올 것

🤖 2장 | 인류 문명은 어떻게 진화했나
*호모 사피엔스만이 문명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생태적 지능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능, 즉 공감력이 있었기 때문
*인간이 가진 사회성의 정점: 화자의 마음을 읽는 것, 배려는 진화의 결과

🤖 3장 | 인간과 로봇, 경계는 사라질까
*AI가 인간 고유의 능력에 해당한다고 여겨지는 영역에 위협을 가할 때 인간은 어떤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될지 연구 -> 우리의 정체성 중 위협받은 단면들은 포기하고, 위협받지 않은 단면들을 더 중요시하며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더 뛰어나다고 심리적 보상을 함.
*만일 인간 정체성의 모든 핵심 단면에서 AI가 인간을 능가하는 날이 온다면, 인간성을 다시 규정하려 들지도 모름. 이처럼 미래에 AI가 공감의 대상이 될지, 아니면 경쟁의 대상이 될지를 예측하는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음.

🤖 4장 | 미래의 교실, 무엇을 배우고 가르칠까
*인류가 이렇게 성공하기까지 생태적 지능만이 아니라 사회적 지능이 중요하게 작용했듯, 학생들은 ‘공감’을 배워야 함, 공감력을 기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독서, 우리가 뇌를 어떻게 쓰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뇌가 해부학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데(뇌의 가소성), 독서는 인지적, 정서적 뇌를 모두 변화시킬 수 있는 원천

🤖 닫는 글 | 똑똑하고 따뜻하게!
*인공지능은 유능함의 새로운 도구이며 다정함의 위험한 씨앗
*혁신으로 인해 더 똑똑해진다고 해서 우리가 자동으로 더 따뜻한 존재로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함, 따뜻함, 즉 다정함은 양극화 문제를 구원할 유일한 힘이고, 학교에서는 유능함 향상을 위한 수업만큼이나 다정함(친절, 공감, 배려, 협력)을 배우고 경험할 수업이 있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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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영상 속 로봇이 쓰러지는 장면을 보며 탄식하고, 밀어뜨리는 남자를 얄미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이것이 바로 우리의 공감력이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의 공감의 반경은 과연 동물을 넘어 기계에까지 뻗칠 수 있을까요? (p.95)

🖋️ 우리는 학교에서 지식과 관계를 배웁니다. 문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지식과 관계를 배우는 곳이 바로 학교입니다. (p.133)

🖋️ 존경받으려면 똑똑한 사람이 되게끔 열심히 공부하세요. 그리고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공감력을 배우고 기르세요. 똑똑하고 따뜻한 개인은 누구에게나 어느 집단에서나 존경받고 사랑받습니다. 이 두 속성이 인류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법이었고, 앞으로도 문명을 지속할 힘이며, 여러분을 추앙받는 개인으로 만들어 주는 원리입니다. (p.158)

‘닫는 글’에서 장대익 교수는 똑똑함과 따뜻함이 인류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법이자 문명을 지속할 힘이라고 말한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함께 살아갈 인공지능과 로봇 등의 존재와 잘 공존해 나가기 위해서는 ‘다정함’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인문교양시리즈 아우름 시리즈의 다른 도서들도 궁금해졌다. 책 두께가 얇아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어서 부담도 없고 청소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라서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나갈 청소년들이 이 시리즈를 접하고 많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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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임솔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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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 #티저북서평단 #임솔아 #나는지금도거기있어 #티저북 #북클럽문학동네

📖 임솔아,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티저북 (230915~230916)

❝ 별점: ★★★★
❝ 기대평: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이어 나갈 ‘느슨하고 다정한 관계’
❝ 키워드: #관찰 #비밀 #우정 #사랑 #애인 #외로움 #기다림 #이별 #곁 #그림자
❝ 추천: 여러 만남과 헤어짐의 결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

🔍 첫 문장: 우주는 방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p.11)

📝 (23/09/16) 아홉 살의 우주부터 스물일곱 살의 우주까지, 우주의 삶의 일부를 짧은 단편 영화로 엿본 듯한 느낌이 드는 글이었다.

관계를 ‘관찰’하고 ‘학습’해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뭔가를 관찰하고 원리를 파악하는 것을 좋아하는 우주는 자신에겐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남자아이들과 어울리는 데는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지만 여자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은 어려워 그들을 관찰하고 기록해야 했다. 그렇지만 열여덟에 만난, 그냥 아무 말 없이 손을 잡고 같이 있기만 해도 되는 아이, 선미. 그만 바래다줘도 된다고 한 후에도 버스 정류장에 먼저 도착해 자신을 기다리고,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면 우주가 먼저 버스에 오르는 것을 정류장에서 바라보는 선미. 다시 만난 그들의 관계는 바뀌어 이제는 우주가 선미의 방을 꾸며주고, 선미를 돕고, 선미와 더 오래 함께 있고 싶어 한다.

우주와 선미 모두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식이 서로 달랐고,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달랐고, 그렇기에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진실했을지라도 결국 언제가 됐든 둘의 관계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평생을 함께 다닌 그림자가 사라졌다는 걸 알아챈 순간처럼 스산해졌다. 우주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그랬다. (p.82)

열여덟부터 스물일곱. 거의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한 우주와 선미. 우주는 ‘그림자’가 사라졌다는 걸 깨달은 순간, 낯설지만 익숙하다는 느낌, 그리고 오래도록 기다려왔던 장면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보통이라는 것이 잔인한 말일 수 있다는 것’, 이 소설을 읽으며 아프게 깨닫게 되었다. 이별도 하나의 결실이 될 수 있다는 것, 이별도 누구 한 사람의 몫이 아니라 같이 해내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 헤어짐은 늘 아프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언제든 겪을 수밖에 없는, 그래서 충분히 앓더라도 잘 견디고 마무리해서 떠나보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티저북이 소설의 제2부 「관찰의 끝」을 담고 있다고 해서 소설의 다른 인물들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티저북 인물소개에 언급됐던 인물들이 깜짝 선물처럼 등장해서 더 흥미로웠다.

우주는 미술전시에 함께 참여하게 된 이들이 말하고 싶으면 말할 수 있게 기다리고, 말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않도록 하며 타인을 존중하는 것과, 때로는 곁에 그냥 서 있어 주는 방식으로 연대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 ‘느슨하지만 다정한 관계’라는 설명이 딱 맞는다고 느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나로 봐주는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쩌면 이 소설의 인물들은 ‘광장 한복판에서 옆돌기를 하더라도 놀라거나 박수를 치거나 눈썹을 찡그리지 않고, 나무나 물을 볼 때처럼 옆돌기를 오직 옆돌기로 볼 수 (p.94)’ 있지 않을까. 화영, 우주, 보라, 정수 네 명의 인물들이 소설을 통해 보여 줄 ‘느슨하지만 다정한 관계’가 무엇일지 정말 기대된다. 🫧

(*출판사 티저북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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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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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 #도서제공 #서평단

📖 개브리얼 제빈,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230902~230910)

❝ 별점: ★★★★
❝ 한줄평: 비극과 절망 후에도 반드시 내일은 오고, 사랑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
❝ 키워드: #세상 #게임 #인생 #선택 #문 #우정 #사랑 #고통 #오해 #화해
❝ 추천: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 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가는 흥미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

❝ 그러나 인생은 끊임없이 다다르는 것이다. 지나야 할 또다른 문이 어김없이 있다. (물론, 더이상 없을 때까지.) ❞

🌊 시작하는 말:
세상엔 오직 사랑뿐
우리가 사랑에 대해 아는 거라곤 그것뿐
한데 그걸로 됐어, 화물열차의 무게는
레일이 골고루 나누어 져야지
— 에밀리 디킨슨

🌊 첫 문장: 메이저가 스스로를 메이저라 칭하기 전에는 샘슨 메이저였고, 샘슨 메이저Mazer이기 전에는 샘슨 매서Masur였으며 — 단 두 글자를 바꿈으로써 겉보기에 멀쩡한 유대계 청년에서 세계 창조 전문가로 변신했다 — 어린 시절에는 샘이었고, 할아버지 가게에 있는 <동키콩> 오락기 속 명예의 전당에는 S.A.M.으로 올랐지만, 어쨌든 대체로는 샘이었다. (p.13)

📝 (23/09/11) 어린 시절 게임을 통해 친구가 되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사이가 멀어졌던 샘과 세이디. 각자 하버드와 MIT로 진학한 두 사람은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마주치게 되고, 그 만남을 계기로 함께 게임을 만들기로 한다. 그리고 든든한 조력자 마크스와 함께 그들은 <이치고: 바다의 아이>라는 게임을 만들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그 후 다른 게임을 만들며 샘과 세이디는 계속해서 갈등을 겪고, 결국 게임을 함께 만들지 않게 되기도 하며, 수술, 사랑, 그리고 총기사건 등 엄청난 사건에 직면하기도 한다.

샘과 세이디 모두 그들이 만드는 게임에 자신들의 이야기, 자신들이 그리는 이상향 등을 담는다. <이치고>는 고통과 흉터에서 자유롭고 싶은 샘의 소망이 담긴 캐릭터 이치고가 길을 잃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이치고의 어머니가 자식을 잃은 것처럼 세이디가 아이를 잃은 경험이 담긴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계의 양면>의 메이플타운은 샘이 과거에 겪은, 그리고 현재 겪고 있는 고통에 관한 이야기다. <마스터 오브 더 레블스>은 게임을 예술로 승화할 수 있다는 세이디의 믿음이 담긴 게임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 샘은 절망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세이디가 게임을 플레이할 모습을 그려보며, 그리고 그녀가 다시 한번 문지방을 넘을 수 있기를 바라며 <개척자>라는 게임을 만들어낸다.

🖋️ 게임을 디자인하는 일은 결국 그 게임을 플레이할 사람을 그려보는 일이다.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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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샘과 세이디의 사랑, 샘과 마크스의 사랑, 세이디와 마크스의 사랑의 형태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꼭 로맨틱한 관계만이 사랑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어느 누가 샘과 세이디의 사랑, 샘과 마크스의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특히 샘과 세이디의 사랑은 이 소설 전체에서 아주 중요한 주제다. 서로를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샘과 세이디는 사실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꽤 많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서로의 빛과 어둠을 다 보았다고 생각하지만 각자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끔 서로를 오해하고, 상처를 주는 심한 막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두 사람은 서로를 염려하고, 사랑한다. 그리고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한다.

🖋️ (...) 세이디는 샘에 대한 사랑과 염려가 북받쳐올랐다 — 둘에 결국 무슨 차이가 있을까?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염려할 가치가 없었다. 그리고 염려하지 않는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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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읽으며 ‘선택’에 관해 끊임없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만약 샘이 다치지 않아 병원에서 세이디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만약 둘이 우연히 만나지 못했더라면? 만약 둘이 함께 게임을 만들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다면? 만약 오퍼스가 아닌 셀러도어를 선택했더라면? 만약 그들이 캘리포니아로 떠나지 않았더라면? 만약 세이디와 마크스가 함께 일본으로 떠나지 않았더라면? 마크스가 로비에 응대를 하러 가지 않았더라면? 세이디가 매직아이 책을 샘에게 보내지 않았더라면? 책 속 인물들 뿐만 아니라 우리들은 수많은 문 앞에서 선택을 하고, 할 수 있다고 믿지만, 어쩌면 많은 것들이 우연과 운명에 좌우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이디는 샘에게 ‘그들이 만날 수 있는 다른 길은 무한히 있었고, 결국 샘의 인생 게임에 다른 식으로 어떻게든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한다. 세이디의 말처럼, 그들이 정말 인연이고, 운명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그들이 만나게 될 순간은 반드시 찾아왔을까? 그랬을 거라고 믿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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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운 작가님의 단편소설 「한밤에 두고 온 것」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내일은 오늘이 되었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결국 ‘오늘 또 오늘 또 오늘’이 될 것이다. 내일이 오늘이 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비극과 절망 후에도 반드시 내일은 오고, 사랑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

다시 맨 처음 에밀리 디킨슨의 시로 돌아가 본다.
세상엔 오직 사랑뿐이고, 우리가 사랑에 대해 아는 건 그것뿐이라는 화자의 말.
그러나 살아가고 사랑하면서 겪는 비극과 절망, 고통과 삶의 무게는 한 사람만의 몫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골고루 나누어져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내일이 된 오늘, 사랑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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